[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96> “공렴(公廉)이 세상을 개혁”박석무 다산연구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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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이사장은 “다산 사상의 핵심인 공렴(公廉)을 실천하면 우리나라는 금세 일등국가로 발돋음할 것”이라면서 “적폐 청산은 공렴 실천이 해법이다. 공렴만이 세상을 개혁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석무 이사장은 “다산 사상의 핵심인 공렴(公廉)을 실천하면 우리나라는 금세 일등국가로 발돋음할 것”이라면서 “적폐 청산은 공렴 실천이 해법이다. 공렴만이 세상을 개혁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을 서울 중구 서소문로 다산연구소에서 만났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그에게 다산 정약용의 공렴(公廉)과 개혁 사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 이사장은 '다산 정약용 평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다산 기행'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을 저술한, 자타가 인정하는 다산 전문가이자 학자이자 정치가다.

그는 “다산 사상의 핵심인 공렴을 실천하면 우리나라는 금세 일등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각종 적폐 청산은 공렴 실천이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다산 정신의 핵심은 무엇인가.

▲공(公)과 염(廉)이다. 여기서 공은 공정, 공평이다. 공정은 정의, 공평은 평등을 각각 말한다. 염은 청렴이다. 공과 염은 다산 사상의 절대 가치다. 다산은 평생 공렴을 실천했다.

다산 정약용은 영조 38년인 1762년에 경기도 광주군(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서 출생했으며, 28세 때 문과에 급제했다. 암행어사, 곽산부사, 동부승지, 형조참의 등 벼슬을 살다가 신유사욕에 연루돼 40세 때부터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다.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500여권의 저서를 남기는 등 실학을 집대성한 실학자다. 헌종 2년인 1836년에 향리에서 75세로 타계했다. 유네스코가 2012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했고, 1997년에는 다산이 설계하고 축조한 수원화성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견고한 성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등 위대한 사상가이자 경세가였다.

박 이사장은 펜을 꺼내 종이에다 한자를 써 가며 다산의 철학을 막힘없이 설명했다. 다산 최고 전문가라는 말이 실감났다.

-다산의 주서(主書)는.

▲다산 저서는 500권이 넘는다. 그 가운데 주서라면 경세 대작인 '경세유표(經世遺表)' 48권이다. 경세유표는 법과 제도를 개혁해 나라를 새롭게 만들자는 생각에서 저술한 책이다. 유표(遺表)는 유언으로 올리는 국가 정책 건의서로 생각하라는 뜻이다. 다산은 왜 경세유표를 저술했는가. 당시 부정부패가 극심했다. 정상인 게 하나도 없었다. 탐관오리들이 발호, 백성들은 편히 살 수가 없었다. 다산은 그런 적폐를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며 국가 개혁안을 제시했다. 그게 경세유표다. 그가 주장한 핵심은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이다. 조선을 통째로 개혁해 보자는 의도로, 구악을 일소하고 적폐를 청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고치자고 주장했다. 그게 200년 전 일이다. 다산이 주장한 게 혁신과 개혁이다.

-어떤 나라로 개혁하고자 했나.

▲공렴(公廉)을 실천하는 나라다. 다시 말해서 공정하고 청렴한 국가다. 사익(私益)에서 공익(公益), 부정에서 공정·공평·평등으로 가야 한다. 공무원이란 공익 업무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과거 정부는 불행하게도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도 공을 버리고 사를 추구한 결과다. 앞으로 공정하고 공평하지 않는 사람은 공직을 맡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공렴 출처는 다산이 28살 때 문과에 급제한 후 자신의 각오를 피력한 시구다. 다산은 '둔졸난충사(鈍拙難充使) 공렴원효성(公廉願效誠)'이라고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풀이하면 '둔하고 졸렬해서 임무 수행이 쉽지 않겠지만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을 다하길 원한다'는 뜻이다. 실제 다산은 이런 신념으로 평생을 살았다. 다산이 저술한 책의 기본 사상이 공렴이다.

-다산이 바라던 이상 국가는.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 청렴한 세상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특권이 없는 세상,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세상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론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의식 개혁이다. 인성 교육과 인문학 교육을 해야 한다. 고전이나 경학, 철학 공부도 해야 한다. 다음은 법제를 개혁해야 한다. 공렴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기술 개발이다. 국부를 창출하고 부국강병을 이룩하려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당시에 이런 주장은 파격이었다.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기술은 하위 계층이 담당했다. 그런데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산은 말로만 한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기중기를 제작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당시 정조는 화성 축조를 10년 안에 완공해 주기를 바랐다. 축성 경험이 없던 다산은 거중기와 기중기 등을 개발, 2년9개월 만에 성(城)을 완공했다. 다산이 그 시대에 기술 개발을 강조한 것은 대단한 선견지명이다. 지금 어느 나라건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서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박 이사장은 세 가지 방법론은 다산의 방대한 저서를 바탕으로 자신이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새 정부는 공렴을 실천해야 한다. 이번에 정권 교체를 한 것은 국민의 염원이고, 좁히면 광화문 촛불의 힘이다. 그게 새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정권을 교체시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0년 전의 다산 정신과 일치한다. 다산 정신을 되살린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한국을 만들 의무가 새 정부에 있다. 반드시 공렴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다.

-다산이 강조한 공직자의 자세는.

▲공직자는 예나 지금이나 공정하고 청렴해야 한다. 잘못된 국가 체제를 고치고 공정과 청렴을 실천해야 한다. 200년 전의 진리는 오늘날에도 진리고, 200년 뒤에도 진리다. 공직자가 공정과 청렴을 실천하면 적폐와 부정부패는 사라진다.

-다산이 읽기를 권한 고전은 무엇인가.

▲논어다. 논어는 공자의 철학과 실천 논리가 담긴 책이다. 다산은 저서에서 논어를 가장 많이 인용했다. 다산은 아들한테 보낸 편지에서도 “논어를 머리맡에 두고 평생 읽어라”고 일렀다.

-대통령의 최고 덕목은 무엇인가.

▲국가 통치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용인(用人)이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써야 한다. 우리가 태평성세라는 중국 요순시대에서는 사람을 잘 썼다. 그래서 태평성세를 누렸다. 대통령 혼자서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할 수가 없다. 장관이나 차관을 잘 골라 임명하되 그들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지 시시콜콜 간섭하면 안 된다. 그들이 자신의 능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다음은 이재(理財)에 능해야 한다. 이건 국민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일이다. 국민은 배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한다. 경제가 살아야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추가로 대통령은 덕치(德治)를 해야 한다. 관즉득중(寬則得衆)이라는 말이 있다. 야박하게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사람에게 관대(寬大)해야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치인들이 실천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가 정치권이다. 하루빨리 정치도 공렴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공정하고 청렴하게 한다면 우리나라는 금세 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다산은 '원목(原牧)'이란 글에서 정(政)은 정야(正也)라고 했다. 바르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균(均)은 오민야(吾民也)라고 했다. 바르게, 차별 없이 하는 게 정치다.

-다산은 500여권이란 방대한 책을 저술했다.

▲다산도 분노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다. 하지만 그걸 극복했다. 다산은 경세학과 역사, 지리, 문학, 과학, 건축, 의학, 천문, 음악 등 각 분야에 통달한 천재였다. 그가 요직을 맡아 국가를 개혁하지 못한 것은 국가의 불운이다. 그를 절대 신임한 정조가 오래 살았다면 세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좌우명은.

▲부지이불온(不知而不〃)이다. 논어에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라는 공자 말씀이 있다. 풀이하면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는 뜻이다. 말은 쉬워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처신이다. 어디 가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내심 섭섭하다. 공자는 남의 평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성인이다. 나는 범인(凡人)이어서 그게 안 된다.

-취미는.

▲독서와 등산이다. 요즘 주말이면 청계산이나 북한산에 간다.

박 이사장은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전남대 법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다산 연구에 집중했다. 유신 반대와 광주항쟁 등 민주화운동으로 네 차례 옥고를 치렀다. 18년 동안 중·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1988년 13대 국회에 진출한 후 14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회다산사상연구회를 조직, 간사를 맡아 활동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명지대 객원교수, 동국대 겸임교수, 전남대 초빙교수, 단국대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성균관대 석좌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4년 사단법인 다산연구소를 설립,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다산기행' '우리 교육을 살리자'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1, 2'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와 다산 정약용 평전 등, 편역서로는 '흠흠신서' '다산산문선' '나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 '다산 논설선집' '다산 문학선집'(공편역)이 있다. 이 밖에 수십 편의 다산 관련 논문이 있다. 박 이사장은 “다산을 제대로 공부하고도 다산에 미치지 않으면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면서 “다산 책을 읽어 보면 안 미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