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 정책과제]'일자리' 으뜸정책은 산업육성…"이것부터 챙겨라"

[국정기획자문위 정책과제]'일자리' 으뜸정책은 산업육성…"이것부터 챙겨라"

새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치·사회 분야 현안도 산적했지만 우리 경제에 닥친 난관도 극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연습 없이 바로 실전으로 돌입하는 만큼 치밀한 계획은 물론이고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일자리 정책은 무엇보다 산업 육성과 성장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새 정부 정책로드맵을 그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우선 집중해야 할 산업정책 과제와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제조 “고부가가치 더할 전략적 지원 절실”…통신방송 “균형 시각 필요”

흔들리는 한국 제조업 부활은 새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6%로 2010년 80.3%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동률 하위 25%에 해당하는 업종은 평균 가동률이 45%에 그쳤다.

제조업은 양질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천이자 경제를 받치는 버팀목이다. 제조업이 흔들리자 한국 경제 전체에 위기감이 감돈다. 하지만 급하다고 정부가 무조건 지원부터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기존에 축적한 제조업 경험에 고부가가치를 더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 공약인 '스마트 제조업 부흥 전략'에 맞춰 제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전환 등 미래를 위한 변화 시도에는 과감한 투자와 규제완화가 요구된다. 스스로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조만간 출범할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기업과 얼마나 보조를 맞추는지도 관건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혁신에 고삐를 죄고 있는 통신업계에서는 정부와 사회가 통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본료 폐지와 지원금 확대 등 요금 인하 정책만 내세울 뿐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 합리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통신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동맥과도 같다.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드론, 로봇 등 차세대 혁신 산업은 통신 없이 불가능하다.

균형 있는 통신 정책이 필요하다. 소비자 편익을 위한 요금 인하를 고민하되, 일방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타당성을 검토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지난 정부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과 공익성만 강조되는 측면도 있다. 미디어와 콘텐츠 등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SW “제값받기 실현이 절실”…바이오·게임 “규제 개선이 급선무”

소프트웨어(SW)산업은 악화된 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다. 먼저 SW 제값받기 실현이다. 현재 국산 SW는 외산 SW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가를 받는다. 적정한 SW 가격과 인건비 산정이 이뤄져야 한다.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유지관리 요율 현실화도 필요하다. 지난 정권 범정부 차원으로 유지관리 현실화 정책을 수립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6~8%대 낮은 유지관리 요율이 여전하다. SW 구매 후 1년 무상 유지관리 적용도 국산 SW에만 해당된다.

정보화 사업 관리도 혁신해야 한다. 사업자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원격지 개발, 상세 제안요청서 작성, 효율적 프로젝트관리조직(PMO) 도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공공기관이 원격지 개발을 꺼려해 사업자는 높은 사무실 유지비와 직원 체류비를 부담한다. 발주 시 상세 제안요청서가 작성되지 않아 사업 진행 때 과업범위 변경 구실을 제공한다. 턱없이 낮은 PMO 예산으로 부실한 사업관리가 이뤄진다. 불필요한 예정가격(예가)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

보건의료산업은 최근 인공지능(AI), 바이오 인포메틱스 등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구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다. 정작 의료정보는 민감하다는 이유로 활용에 족쇄를 걸었다. 안전장치 마련 후 연구 혹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환자 의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 등으로 상업적 활용을 막았다. 연구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활용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 '개인정보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 익명화와 비식별화 과정을 거치면 사용하게 했다.

법 개정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병원이나 기업도 활용할 엄두를 못 낸다. 가이드라인 역시 강력한 식별 방지 조치로 연구에 큰 도움이 못 된다.

업계 전문가는 법을 개정해 연구 목적이라도 의료정보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 빅데이터혁신단(가칭)'을 조직, 기존 법령을 고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 구축, 병원 간 제각각인 데이터 표준화 및 최신성 확보가 요구된다.

게임산업에선 '규제 정리'가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대표적 규제인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완화하는 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합의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성인게임,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는 법에 명시된 규제가 아님에도 정부기관이 임의로 운영 중이다. 시장과 업계 자율에 맡기되 부작용 발생 시에만 정부가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육성은 인터넷·게임업체가 공통으로 가진 숙제다. 대형기업에 의한 국내시장 독점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거대 기업이 중소 사업자와 경쟁하는 불공정행위가 일어나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이와 별도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사업자를 견제하는 행위를 주시해야 한다. 대형기업 글로벌 진출에 국내 중소기업이 함께 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에너지 “에너지신산업, 지속성 확보가 절실”…금융 “은산분리 해법 찾아야”

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신산업의 지속성 확보가 필요하다. 새정부 정책 기조인 원전과 석탄화력의 단계적 감축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의 육성이 필수적이고 에너지신산업이 그 해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신산업의 수출산업화 노력이 요구된다. 석유화학과 발전 플랜트 등 대규모 설비 건설과 운영 등에 쏠렸던 에너지 수출을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스마트그리드까지 넓혀야 한다.

이미 에너지신산업 단위 분야에서 의미 있는 수출 실적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1억4800만달러어치가 수출됐고, 전기차는 1분기 동안 4367대(1억1000만달러 규모)가 바다를 건넜다.

최근에는 공기업과 금융기관, 민간이 연합해 신재생에너지, 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분야를 묶음 상품으로 수출하는 마이크로그리드 해외시장 개척도 추진된다. 공기업이 해외시장 개척 및 프로젝트 수주를 하면 금융기관이 투자자를 모집하고, 민간기업이 관련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는 체계다.

산업계는 에너지신산업 수출화가 좁은 국토와 열악한 신재생 자원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대한다. 대형 플랜트와 달리 공사비도 적고 기간도 짧아 투자유치가 쉽고 중견기업 참여 여지가 많아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산업 쟁점은 바로 은산분리다. 그동안 재벌 개혁을 고수해온 신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은산분리와 관련 은행법 개정안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다. 올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은산분리 완화에 가로막혀 암울하다는 절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 공약집을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은행 인허가 과정을 개선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최근 은산분리 완화를 놓고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신성장동력으로 분류되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제한적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르면 6월 임시국회, 늦어도 10월 정기국회에서는 관련 은행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일부 의원 반대로 매번 처리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문 대통령이 임명할 신임 금융위원장의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혁명의 한축을 담당할 금융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 은산분리 원칙론에서 새 정부는 규제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금융입법이 필요하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과거 구축한 국토·교통 인프라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데 각종 센서와 IT를 활용해 새로운 융합형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토목 공사 위주 일자리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 대응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도시재생 역시 지역 일자리 창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역 일자리가 없으면 토목 공사 위주 도시 재생은 의미가 없다. 스마트시티 구축, 공간 정보 활용 창업 지원 등은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표>주요 산업별 정책 우선과제

정리=

[국정기획자문위 정책과제]'일자리' 으뜸정책은 산업육성…"이것부터 챙겨라"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