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비즈니스 마인드도 키워야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사진=전자신문DB
<사진=전자신문DB>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 유력해졌다. 정부가 나서 벤처 붐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000년대 초반에도 벤처 붐이 거세게 불었다.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줄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국내 특허는 물론 세계 특허에다 각종 공인시험기관 인증을 죄다 획득한 벤처기업도 부지기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최근 만난 한 1세대 벤처 창업자도 당시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정책 자금까지 지원받고 직원을 20명 넘게 불렸지만 2년도 채 안 돼 간판을 내렸다. 빌린 정부 자금은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왔다. 직원들 역시 체불 임금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빚에 허덕이고 있다.

유망 벤처 발굴 정책이 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부실한 사업성 평가 제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책금융기관 평가자 한 사람이 1년 동안 많게는 수백개 기업을 살펴본다. 공공기관에서만 일해 본 공무원이 도맡아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벤처를 운영해 봤거나 창업 인큐베이팅을 받아 본 평가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서류로만 기업을 훑어보고 세금을 건넨다.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금만 지원하면 끝이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여전하다. 정부 창업 보육기관 입주 심사는 단 하루 만에 이뤄진다. 지원자가 몰리면 평가위원 한 사람이 한 번에 100곳 넘는 기업을 보기도 한다. 평가자는 익명성에 가려진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기 어렵다.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은 정부 덕에 탄생한 게 아니다. 시장이 채택할 아이템, 뛰어난 영업 마인드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준비가 덜 된 벤처기업에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깨진 독 물 붓기'에 불과하다.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장성 높은 아이템은 기본이다. 장사하는 법을 모르는 벤처는 살아남기 어렵다. 손에 돈을 쥐어 주기에 앞서 교육이 먼저인 이유다.

실물 시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문 평가단도 서둘러 꾸려야 한다. 벤처 육성 재수생의 심정으로 자금 지원, 평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때가 됐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