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계 증시에도 꿈쩍않는 격리된 코스닥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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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날아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FBI국장 해임 후폭풍에 전 세계 주식시장에 공포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소식이 불거진 지 단 하루 만에 뉴욕 3대 증시에선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특히 기술주가 포진한 나스닥 시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최악의 장세를 보였다.

워싱턴발 스캔들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지수는 0.95% 하락한 채 거래를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강세장을 견인해 온 외국인은 이날 오전 중 3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세계 증시 상황 변화에 따른 국내 증시 변동성은 코스피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가를 연이어 다시 쓰는 강세장에서도 코스닥시장은 잠잠했다. 지난 8일 간신히 640선을 돌파한 코스닥지수는 5거래일 만에 다시 내려앉았다. 나스닥지수가 최악의 장세를 보인 이날도 코스닥시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보다 기관투자자 공매도 등 작전 세력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일부 세력이 종목 주가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수급 여건이 취약한 탓이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5.43%에 달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간신히 웃돈다. 지난해 9월 무렵에는 개인 비중이 93%에 이를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코스닥시장을 떠난 지 오래됐다. 코스닥시장보다는 상장 직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외려 기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고액자산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느니 예비 상장 기업에 사모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우수한 기업은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에 새 둥지를 튼다. 카카오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증시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상징하는 지표다. 기업이 가진 성장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정책 여건과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외부 변수와 고립된 채 홀로 움직이는 생물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코스닥이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과 개인투자자의 자산 증식에 기여할 수 있는 열린 생태계로 하루라도 빨리 변화해야 할 때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