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시바 향배, 기업·시장 선택에 맡겨야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다국적 경쟁구도로 한층 복잡해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대만 각국 주체가 단독이나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세계적 메모리강자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품을 수 있을지 여부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반도체산업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도시바메모리를 전면에 나서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 아니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협력해 파고드는 우회전술을 택했다.

베인캐피털은 우선협상 자격을 확보하면 별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도시바메모리 지분 51% 이상을 취득한다. SK하이닉스는 이 SPC 설립을 위한 자금을 댄다. 나머지 도시바메모리 지분은 도시바 등이 계속 보유해 한-미-일 연합 구도를 띠겠다는 게 베인캐피털 구상이다. 이와 별도로 베인캐피털은 일본 정부 후원을 받는 관·민 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에도 출자를 모색하기로 했다. 관련 주체 모두에 선택 거부감을 덜어줄 수 있는 그림이라 할수 있다.

기업 성장이나 산업 경쟁력 유지는 어느 국가든 지키고자하는 중요한 가치가 됐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고 국경 없는 전쟁터에서 국가이미지와 신뢰도를 상승시킨다. 이제 국익이란 용어도 국가주의 시대에나 쓰던 고리타분한 느낌을 준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 지속성장해야 그 기업을 품은 국가도 함께 힘을 얻는다.

일본이 앞서 여러 차례 국가적 명예 또는 자존심을 이유로 민간 기업의 선택을 돌려세우거나, 방향을 틀었던 것을 산업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나 해당 산업이 세계 어디에서든 협력하고, 필요하다면 지분이나 기술을 섞어 발전하는 길을 찾는다. 이는 전적으로 기업이 선택해 미래의 기회를 사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세계 반도체산업 역시 설령 경쟁자라 하더라도 다양한 협업과 공조로써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노력이 일어날 수 있다. 그같은 전략적 선택에서 정부 역할은 작을수록 좋다.

[사설]도시바 향배, 기업·시장 선택에 맡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