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물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지시...4대강 사업 정책감사도 실시

문재인 대통령이 '수량'과 '수질' 관리로 이원화돼 있던 물관리 정책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도록 정부조직 개편을 지시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하고 녹조 발생 등 수자원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된 4대강 대형 보를 상시 개방토록 했다.

文 대통령, 물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지시...4대강 사업 정책감사도 실시

문 대통령은 22일 수질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 16개 4대강 대형 보를 6월 1일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우선 녹조발생이 심하고 체류시간이 길며,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적은 6개 보부터 즉시 개방토록 했다. 대상은 낙동강의 고령보·달성보·창녕보·함안보와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다. 나머지 10개 보는 생태계 상황과 수자원 확보, 보 안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별로 확정할 계획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은 “4대강 보에 대해 즉각적이고 전면적 개방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이미 보 건설 후 5년이 경과해 그동안 생태계 등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생태·자연성 회복 자체도 종합적이고 신중한 평가 하에 추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향후 1년간 보 개방 영향을 평가해 후속 처리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한다.

물관리 체계는 일원화한다. 앞으로 수량, 수질, 재해예방이 하나의 일관된 체계에서 결정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기존 환경부(수질)와 국토부(수량)로 나뉜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수자원국이 환경부로 이관된다. 조직 이관 과정에서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무조정실은 '통합물관리상황반'을 설치하고 즉각 가동에 들어갔다. 상황반은 일일점검 체계를 갖추고 주요 현안을 관리한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 감사도 지시했다. 4대강 사업은 정상적 정부 행정이라고는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된 정책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수석은 “이번 감사는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 정합성, 통일성, 균형성 유지를 위해 얻어야 할 교훈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다만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해설

문 대통령이 물관리 정책을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은 선진국형 통합 물관리를 위한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국토 개발보다 환경 관리에 무게가 실린 조직개편으로 향후 관련 산업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정부 조직개편 지시가 유사 기능을 단일 부처에 집중시켜 정책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 기조는 이어질 다른 부처 조직개편 방향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물관리 일원화에 이은 정책 과제로는 △'물관리기본법' 제정 △환경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 △급수 취약지 해소 등 물복지 향상 △물산업 육성 등이 꼽힌다.

물관리기본법은 19대 국회를 비롯해 20년 동안 아홉 차례나 논의됐으나 국토부와 환경부 간 이견으로 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물관리기본법에는 수자원 보전과 순환, 수량 확보와 수질 개선 등 물관리와 관련한 전반적 대책을 충실하게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부가 물 관련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향후 도수로·댐 등 건설사업보다는 지속적 누수저감 사업이 우선시될 전망이다. 또 용수 절약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소규모 수원 보전과 활용을 통해 모자란 물도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관리 체계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토개발 사업보다는 환경관리와 보호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수질·수량 관리를 위한 규제 강화도 점쳐진다. 개발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지만, 수질·수량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정체기에 빠져있는 국내 물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국제적 물관리 정책은 단순히 적정 양의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인간과 자연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국가 자원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통합 물관리 실현을 위한 정책을 토대로 수질과 수량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은 환경농촌식품부가, 덴마크·미국은 환경부 또는 환경보호청, 독일은 환경보호원자력안전부가 수질과 수량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물 관련 부처는 생활용수와 수질을 관리하는 환경부, 하천유지용수와 공업용수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재난을 관리하는 국민안전처 등으로 분산됐다. 여러 부처에서 각자 사업들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다 보니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우선 순위가 뒤바뀌어 비효율 문제가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로 물관리 정책을 일원화한 것이다.

文 대통령, 물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지시...4대강 사업 정책감사도 실시

이번 물관리 정책 및 조직 일원화로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20년 넘게 이어져 온 환경부와 국토부의 물정책 주도권 다툼은 일단락됐다. 1994년 낙동강 페놀 사태와 수돗물 파동으로 당시 건설부가 관리하던 상하수도국이 환경청으로 이관되면서 환경부가 탄생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환경부로 물 정책을 일원화하려는 시도가 계속 추진됐다. 노무현 정부 후반인 2006년에는 물관리 정책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최종 대통령 제가만 남긴 상황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여소야대 상황이 되고 법안 국회 통과가 묘연해지면서 무산된바 있다. 이번 물관리 일원화는 10여년이 흘러서야 노무현 정부의 의지가 완성된 것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