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웹툰, 널리 세상을 재미있게 하라

[콘텐츠칼럼]웹툰, 널리 세상을 재미있게 하라

웹툰처럼 한국적인 서비스도 없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지구 최강의 인터넷 속도, 집집마다 당연한 듯 자리를 지키고 있던 PC, 어디에나 있던 PC방, 남녀노소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을 접하던 정보기술(IT) 강국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서비스다.

웹툰은 든든한 인프라 토양에서 창작자와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요일마다 다양한 장르의 재미있는 웹툰이 하나 둘 늘어 갔다. 작가 꿈속에, PC 하드에 수줍게 저장돼 있던 습작 만화가 도전만화, 베스트도전을 거쳐 정식 웹툰으로 연재됐다. 작가는 대중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미리보기' '완결보기' 수익과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PPS 시스템' 등으로 웹툰 작가는 촉망 받는 직업군의 하나로 떠올랐다.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게임이 히트를 쳤다. '마사루의 센스를, 이나중의 황당함을 뛰어 넘는다'라는 카피로 소개된 웹툰 '마음의 소리'가 10년 넘게 연재되는 사이에 '멋지다 마사루'와 '이나중 탁구부'는 몰라도 이 작품은 매우 잘 아는 독자가 많아졌다.

이제 웹툰은 국내를 넘어 '세상을 널리 재미있게 만드는 것'을 당연한 소명으로 갖게 됐다. 온 나라가 '장미 대선'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던 5월 1일 네이버웹툰 주식회사가 조용히 세상에 나왔다. 네이버라는 거대하고 안정된 둥지를 굳이 벗어나는 모험에 대해 작가, 독자, 회사 동료들도 궁금함을 감추지 않았다. 분사의 당위성에서 경영의 이유를 찾아보면 좀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서다. 낭만적 사유를 찾자면 없는 길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모험심 때문이다.

분사는 웹툰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고 네이버 브랜드의 유명함도 통하지 않는 더 큰 세계에서 더 많은 다국적 작가와 독자를 찾아가고 싶은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결정됐다. 십수년을 거쳐 오는 동안 웹툰 산업은 비약 성장했다. 주역인 한국 작가와 독자들에게 앞으로 10년, 20년을 더욱 새롭고 신선한 경험으로 채워야 할 숙제도 있었다. 더욱 적극 좌충우돌하기 위해, 영원히 젊은 서비스가 되고자 하는 꿈 때문에 안락한 집을 분연히 박차고 나온 셈이다.

세상이 PC에서 모바일로, 모바일에서 인공지능(AI)으로 큰 전기를 맞으면서 웹툰 업계도 끊임 없이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새로운 적응을 모색해야만 하게 됐다. 재미 있는 창작 생태계는 기술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이라는 형식이 새롭게 만들어 준 창작 세계가 바로 웹툰이기도 하다.

'웹툰 업계'라는 말은 모바일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웹툰, 만화가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사라졌다. 여러 연령대가 좋아하고 즐기는 작품이 나오면서 소비 층이 다양해졌다. 학생들은 등·하교 길 버스나 전철 안에서 웹툰을 본다. 직장인들은 출퇴근 길에 웹툰이 빠지면 섭섭하다고 한다. 웹툰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셈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스크롤 만화'에서 움직임을 도입, 세계 공포 만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은 '옥수역 귀신'만 해도 아직 PC가 중심인 시대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2016년 핼러윈 특집으로 기획된 '폰령' 시리즈의 경우 PC에서는 작품 감상을 하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전용(app-only) 서비스였다. 웹툰 폰령은 내 방이 나오고, 내 방에 웹툰의 등장 인물이 등장한다. 포켓몬고 같은 증강현실(AR) 툰의 시작이었다.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독자다. 신작 웹툰, 도전만화 때부터 응원해 준 많은 독자가 없었다면 기술 발전과 뛰어난 작가들이 세상에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사 이후에도 네이버 웹툰 키워드는 언제나 기술 중심, 작가 우선, 독자 만족이 될 것이다.

조지영 네이버웹툰 한국서비스 리더 julie.cho@webtoons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