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게임 자율결제, '확률형아이템'과 '장관공백'에 발목

성인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게임업계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 암초에 부딪혔다. '확률형아이템'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는 국회발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며 추진력도 얻기 힘들게 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와 게임업계가 실무에서 거의 합의를 이뤘지만 시행이 늦춰질 전망이다.

23일 게임산업협회와 게임위에 따르면 양측은 이달 들어 현행 50만원인 성인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업계 자율로 정하는 방안을 놓고 합의에 도달했다. 성인 이용자에게 스스로 월 결제한도를 정할 권리를 주고, 결제 내역을 확인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양측에 따르면 게임문화재단 산하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소비자 민원 접수와 향후 정책 평가를 맡는다. 게임업계는 현행 월 평균 결제현황과 규제 이후 물가상승분 등 결제한도 상향 혹은 폐지를 결정할 근거를 추가 제시하기로 했다. 게임업계와 게임위는 2015년 연말부터 해당 안을 검토해 왔다. 게임산업협회는 빠르면 이달 초 성인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자율규제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실무적 절차가 끝나가지만 실제 시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실은 최근 문화부에 “성인게임 결제한도가 풀리면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무분별하게 팔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문화부 장관 공백도 걸림돌이다. 문화부는 이번 사안에 절차상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위 상위기관으로서 여론을 청취하고 의견을 제시 할 수 있다. 특히 국회가 반대하고, 부처 수장인 장관이 없어 담당 실·국·과장이 이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2003년 당시 게임물을 심의하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과소비를 막는 취지로 임의 도입했다. 2009년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으로 월 결제한도를 한 차례 개정했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규정이나 법에 명문화 된 규제가 아니다. 게임위가 월 결제한도를 넘는 게임은 등급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법적인 근거 없이 성인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바일게임이 유행하며 결제한도 제한이 없는 다른 플랫폼과 역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논리적으로 따지면 성인에게 결제 자율권을 준다는 취지에 허점은 없다”면서 “명품 구매 혹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술과 담배에 성인 결제한도를 지정하지 않는 것에 비교하면 게임에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게임업계가 일반 대중과 이해관계자에 보다 폭 넓은 동의를 구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