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OLED 후방산업, 중소·중견기업 보고(寶庫)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급증, 유관 산업이 당분간 호황을 이어 갈 것이란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OLED로 빠르게 교체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OLED 생산 라인 110개(6세대 기준)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봤다. 투자비용만 100조원을 넘는다. 통상 소자·패널 수요 증가는 설비 투자로 이어져 후방산업인 장비·소재시장도 견인한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는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선도한 시장에 우리가 뒤늦게 뛰어든 산업이다. 전방산업에서는 선전했지만 후방산업은 따라가기 바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 꼴이었다. 액정표시장치(LCD)도 반도체보다는 우리 후방산업계의 역할과 실익이 컸지만 해외 장비 소재 기업 의존도는 여전했다.

앞으로 10년 이상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OLED 산업은 상황이 다르다. 초기부터 국내 기업이 상용화를 주도하면서 국내 장비·소재도 덩달아 성장했다. 업계에선 OLED 핵심 장비와 소재 국산화율이 LCD보다 높아서 OLED 후방산업 생태계 파급 효과가 반도체·LCD에 비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이 세계 경제 주도권을 다시 확보한 데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산업의 역할이 컸다. TV 등 세트 산업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거의 포기했지만 원천 기술을 확보한 핵심 소재부품업계는 사실상 한국과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를 좌지우지했다. 이는 일본에 아직 중소·중견 소재부품업체가 탄탄하게 포진돼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OLED 산업 생태계는 우리 소재·부품·장비업계에도 일본식 해외 비즈니스 모델을 선사할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일본과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 OLED, LCD, 반도체 등은 이미 세계를 주도하는 산업인 만큼 정책 배려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치 산업은 전방산업에서 대기업, 후방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 산업 모델이다. 우리 기업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체계를 갖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