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금속 분말 혼합해 내구성 높인 플라즈마 용기 소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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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총장 신성철)가 여러 원소를 혼합해 핵융합 플라즈마 용기에 쓸 수 있는 고강도·고경도 합금 기술을 개발했다. 핵융합 발전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두루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류호진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팀이 핵융합 설비인 '토카막' 용기에 쓸 수 있는 대면재 합금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류호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팀이 만든 텅스텐 기반 고강도 합금
류호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팀이 만든 텅스텐 기반 고강도 합금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플라즈마의 온도가 섭씨 1억도가 넘어 고강도 소재 적용은 필수다. 현재 '대면재'로 쓰는 텅스텐 소재로는 용기 손상을 피할 수 없다. 플라즈마에서 방출되는 이온·중성자가 대면재에 고속 충돌하기 때문이다. 플라즈마 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부하도 대면재 내구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텅스텐에 소량의 금속을 첨가해서 내구성을 개량하는 연구가 진행됐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연구팀은 다량의 금속을 동시에 혼합하는 기술로 내구성을 일신시킨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마치 칵테일을 만드는 것처럼 여러 금속 분말을 혼합한 후 고온에서 덩어리로 만드는 '분말야금 소결' 기술을 썼다. 텅스텐, 탄탈륨, 티타늄, 크롬, 바나듐 등 금속을 사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금은 순수 텅스텐보다 여러 부분에서 성능이 월등했다. 우선 강도와 경도가 2배나 높았다. 고온에 대한 강도, 파괴 인성도 고르게 향상됐다. 합금 결정안에서 크기가 다른 원자들이 엮이면서 외부 자극에도 변형 억제 효과를 발휘했다.

핵융합 플라즈마 대면재 개발 개요
핵융합 플라즈마 대면재 개발 개요

합금을 통해 여러가지 이로운 효과도 냈다. 핵심 역할을 하는 금속은 크롬, 티타늄이다. 이들은 강도·경도 향상뿐만 아니라 '방사화(일부 원소가 핵융합 과정을 거치면서 방사성을 띠는 현상)' 방지 효과도 끌어냈다. 크롬, 티타늄은 방사화가 잘 안 되는 금속이다. 합금을 만드는데 필요한 온도도 낮아졌다. 기존 텅스텐은 2000도 이상의 소결 온도가 필요한 반면에 합금 소결에는 약 1600도면 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금으로 강도 및 경도를 높이는 기술은 각종 산업, 국방, 우주항공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저방사화 특성은 원자력 분야에 사용된다.

류 교수는 “핵융합 플라즈마 대면재는 초고온, 강력한 충격으로 인한 손상이 극심해 이를 견딜 만한 금속을 찾기 어렵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로 핵융합 및 원자력용 저방사화 금속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