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벤처기업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라

정영태 전략기술경영연구원장
정영태 전략기술경영연구원장

신 정부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던 중소벤처기업부가 탄생을 앞뒀다. 중소벤처기업부 탄생은 장관급 부처로 격상됐다는 역학 관계 의미보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 구조 전환의 의미가 더 크다.

무엇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 역대 정부의 물량 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맞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일본이나 북유럽 국가들의 스타트업, 스케일업 동력은 끊임없는 혁신성에 있다. 중소벤처기업 정책은 과거와 달리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성장 견인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전략이 돼야 한다.

첫째 혁신성을 갖춘 고도의 전문 기업을 육성하자. 그동안 벤처·혁신기업 등 특정 현상에 집중한 기업을 육성해 왔다. 이들 기업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한 대부분의 기업은 협소한 고유 영역을 정하고, 깊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60%가 넘는 중소기업이 과당 경쟁을 벌이는 수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전문 중소기업 1만개가 필요하다.

둘째 정교한 맞춤식 지원 정책을 펴자. 중소기업은 기업 간 거래, 소비자와의 거래, 공공기관과의 거래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다. 이들이 갖는 애로와 환경은 서로 다르다. 거래 형태별 환경을 고려한 정책 틀을 새로 만들자. 소상공인 정책도 상인 정책과 공인 정책으로 구분해야 한다.

셋째 기술 융합과 과학화를 통해 신사업 영역을 열어 줘야 한다. 중소기업 기술과 경영인이 노쇠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융합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도 유도해야 한다. 소상공인을 속히 과학화시켜서 혁신 점포로 탈바꿈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울어진 경기장과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약 65%에 이르는 기업 간 거래 중소기업의 숙원이다. 불공정·불평등·불합리, 이른바 '삼불'을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중소벤처기업부에 하도급 감시와 처벌권을 부여하고, 하도급법을 이관해야 한다. 또 실적, 자본, 인력 등 외형 규모 기준에 의한 입찰 제도를 사업 수행 전략 중심으로 개편해 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연다. 중소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중소기업부 규제영향평가 권고 의견과 옴부즈맨(민원도우미) 권고안 수용을 의무화한다.

다섯째 대학 중심 창업 제도를 대기업과 연구기관 중심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대학생 창업은 성공률이 낮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때 대기업과 연구소의 임직원 퇴사로 벤처 2세대 기업인이 나왔다. 대기업 스핀오프와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도록 공정거래법상 예외 조항을 열어 주고, 일정 기간 계열사 편입을 유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민간의 다양한 자본이 생태계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증권회사 역할과 대기업 창투사 진입을 유도하며, 신기술금융사를 비롯해 환경·에너지·농업 등 부처별로 추진되는 펀드 운영을 중소기업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재한 중소벤처기업 지원 제도와 지원 인프라를 통·폐합해 지원 역량을 키우고,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화해야 한다. 산재된 제도를 혁신(I)·금융(F)·판로(M)의 3각 축으로 성장체계를 만들고, 사업 추진 기관도 이관 또는 통폐합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조·문화·건설 등 모든 중소벤처기업의 창업부터 소멸까지 정책 개발, 평가, 예산 배분, 조정 등 국가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한다.

대기업·제조·수출의 뿌리 깊은 경제 사회 구조를 짧은 시간에 중소기업·서비스·내수 구조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혁신을 멈추면 안 된다.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 사회 편견 및 기득권을 혁파하고, 국가 경제 활력을 회복시키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시대 성공을 기원한다.

정영태 전략기술경영연구원장 ytjung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