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97>'미세먼지 해결사' 배귀남 미세먼지사업단장

배귀남 미세먼지사업단장은 “미세먼지 해법은 난제 중 난제로, 우선 미세먼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미세먼지 파수꾼을 3년 동안 1000명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배귀남 미세먼지사업단장은 “미세먼지 해법은 난제 중 난제로, 우선 미세먼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미세먼지 파수꾼을 3년 동안 1000명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미세먼지는 청정 공기 파괴자다. 미세먼지와 황사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주변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미세먼지는 건강한 삶의 위협자다.

새 정부도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알기 교실'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지시도 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 초 국가전략프로젝트 미세먼지사업단장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배귀남 책임연구원을 임명했다. 미세먼지사업단에는 3년 동안 496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배 단장은 30여년 동안 미세먼지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다. 그동안 많은 미세먼지 관련 논문과 정책 보고서를 집필했다. 현재 한국실내환경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배 단장을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화랑로 KIST에서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배 단장은 “미세먼지 해법은 난제 중 난제로, 우선 미세먼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미세먼지는 종류가 많고 발생 원인도 다양해 미세먼지 해법을 찾는 일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인을 잡은 일과 같다”고 말했다.

-사업단이 하는 일은.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게 목적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지혜를 모아야 미세먼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세먼지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업단은 미세먼지 문제 해법을 찾는 로드맵을 만드는 연구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관리하려면 첨단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종류는 많다. 사람이라고 하면 남녀노소를 총칭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스모그를 미세먼지라고 하는 정도다. 실제는 눈에 안 보이는 미세먼지가 더 많다. 이번 기회에 한국이 대기환경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사업단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정보기술(IT)을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배 단장은 2014년 미세먼지를 과학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대기과학연구소 설립과 미세먼지 대응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정책 제안을 냈지만 당시 그의 제안은 별반 주목받지 못했다.

-추진단 조직 구성은.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추진단 사무국과 분야별 연구를 담당할 세부 사업단을 오는 7월 말까지 구성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4개 분야로 구성한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규명할 유입단, 정확한 측정 및 예보를 담당할 측정예보단, 효율 높은 집진 및 저감 업무를 담당할 집진저감단, 이를 토대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보호하는 보호대응단이다. 이들이 미세먼지 세부 과제를 수행한다. 미세먼지는 워낙 복잡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단장은 과제 관리와 함께 사업화 지원, 국제 협력, 대국민 교육을 담당한다. 3년 간 미세먼지 파수꾼 1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미세먼지 전문가 포럼도 운영할 생각이다.

-파수꾼은 어떻게 양성하는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10주 과정으로 교육을 실시할 생각이다. 한두 번의 교육으로 이들이 미세먼지 파수꾼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체계를 갖춘 미세먼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문가들로 강사진도 구성할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교육은 9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미세먼지는 복합체다. 대기오염 총집합체가 미세먼지다. 극심한 스모그와 자동차·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항,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황산염, 요리할 때 발생하는 입자,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 복잡다기하다. 한마디로 발생 원인을 정의할 수 없다. 첨단 과학기술로 발생 원인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세먼지가 증가한 이유는.

▲연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2012년까지는 관리가 가능했다. 절대 농도를 보면 우리는 프랑스보다 약간 높지만 고농도 스모그 같은 악성 미세먼지 발생일이 증가했다. 2013년부터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생기면서 미세먼지 발생이 급증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스모그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 저급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에너지 절대 비중을 석탄에 의존한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저급한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진 게 원인이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인간 수명이나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강 파괴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과학화한 근거 자료가 빈약, 유형별로 자세한 피해 수치는 말할 수 없다. 사망자가 발생해도 데이터가 없다.

-부처 간 미세먼저 업무는 어떻게 통합하는가.

▲사업단 구성은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도다. 미래부가 부처 간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관리는 어떻게 했는가.

▲그동안 정부가 미세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기존 정책은 환경 규제 위주의 단발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굴뚝이나 자동차 미세먼지 위주로 관리했다. 기체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 등이 대기에서 기상 조건에 따라 화학 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로 변하는 양이 엄청나다. 아직은 그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대기과학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중국 등지에서 불어오는 황사 대책은.

▲미세먼지와 황사는 다르다. 황사는 자연 현상이다. 중국이나 몽골에서 발생하는 황사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그들도 투자와 연구를 많이 했다. 우리도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 나무심기를 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황사 대책은 없다.

-가정에서 미세먼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문제다. 미세먼지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부족,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 과거 도시에서 연탄을 사용하다가 도시가스로 바꾼 것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도심은 이제 공기가 깨끗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해 정부나 기업은 국민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가정에서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일은 개인의 몫이다. 국민이 미세먼지에 대해 잘 알아야 피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정의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 주방과 화장실이다. 음식 요리 때 레인지후드를 꼭 가동해야 한다. 가스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특히 실내 공기를 환기시킬 때도 조심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많거나 황사가 있는 날에 환기를 하면 안 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공기 정보를 확인, 환기해야 한다. '아침 몇 시에 환기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고장 난 시계를 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날 미세먼지 수치를 보고 환기를 해야 한다. 외부 공기가 나쁠 때는 공기청정기를 활용해야 한다.

-미세먼지 해법이 비즈니스 모델도 될 수 있는가.

▲미세먼지 문제는 전 세계의 난제다. 만약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새로운 수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도로변 지역의 공기 오염 상태는.

▲서울의 경우 올림픽대로나 강변로 등은 편리성이 좋아 집값이 비싸지만 도로가 넓으면 자동차 배출가스 발생량이 많다. 이런 지역은 공기 오염이 심하다. 주변에 도로가 있다면 출퇴근 시간에는 창문을 열지 않는 게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도로변에서 165m 이내에는 초등학교를 짓지 못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우리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짓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 대응에서 차원이 다르다.

-1년 중 미세먼지가 가장 적은 계절은.

▲여름이다. 겨울이 스모그와 난방, 자동차로 인해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부나 기업보다 국민이 미세먼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서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에 무관심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잘 모른다. 아는 만큼 미세먼지에 잘 대응할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쾌적한 환경은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

-좌우명과 취미는.

▲'순수하게 살자'가 좌우명이다. 취미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안 풀리는 연구나 기존에는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푸는 걸 좋아한다. 남이 안하는 걸 하면 장점이 많다. 남과 경쟁하지 않아서 좋고, 그 일을 오래 할 수 있어서 좋다.(웃음)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면 재미가 없다.

미세먼지에 대해 배 단장의 말을 들을수록 미로를 걷은 기분이었다. 어느 한 분야만 개선하거나 특정 분야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중 난제였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가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며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배 단장은 서울대 공대 항공공학과 졸업 후 과기원 기계공학과 석사, 동 대학원 항공우주공학과 입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기원 지구환경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과기원 환경복지연구단장과 한국실내환경학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