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컵에 넣어 충전... ETRI 3차원 공간 무선충전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직경 10㎝ 공간 안에 스마트폰을 두면 어느 위치·각도에서도 무선충전할 수 있는 컵 모양의 충전기를 개발했다. 편의성 확보를 통해 현재 기능이 제한된 스마트기기 무선충전 기술이 확대되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은 스마트폰을 어떤 방향으로 놓아도 일정한 충전 효율을 유지하는 '3차원 공간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3차원 공간 무선충전기술 시제품에서 스마트폰이 무선충전되는 모습.
3차원 공간 무선충전기술 시제품에서 스마트폰이 무선충전되는 모습.

현재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고 있는 무선 충전기는 스마트폰을 패드에 정확히 밀착시켜야 충전이 이뤄진다. 충전부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사용이 어려워 무선충전의 의미가 퇴색된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스마트폰에 전류를 흘리는 '자기유도'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자기유도 방식의 전송 한계 거리는 5㎜에도 못 미친다.

연구팀은 '자기 공명' 방식으로 전송 거리를 대폭 확대했다. 송신부, 수신부의 공명 주파수를 맞춰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전류가 전달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자기장을 균일하게 생성·유지하는 '균일장 생성 기술'을 적용, 컵 안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게 했다. 복수의 주파수 위상을 사용, 스마트폰 여러 개를 동시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력 충전 속도는 유선충전과 동일하다. 전력 효율은 유선충전 대비 60% 수준이다. 기존에 쓰이는 패드 방식의 70%에 근접한 수치다.

연구팀은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 등에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 기술을 국제 표준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충전기의 크기·충전 범위를 늘리거나 충전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할 방침이다. 더 새롭고 효율 높은 에너지 전송 방식 및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ETRI 연구진이 3차원 공간 무선충전 기술 균일장 형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ETRI 연구진이 3차원 공간 무선충전 기술 균일장 형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갈고 닦으면 집 거실, 사무실 등 일상 공간 전체를 충전 가능 구역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진 전파·위성연구본부장은 “3차원 공간 무선충전 기술은 앞으로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해 파급 효과도 크다”면서 “사물인터넷(IoT), 친환경 자동차, 드론 등 미래 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