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를 선도한다]KAIST, 자율주행차 '유레카' 개발...운행만족도 높이는 기술 연구

자율주행자동차는 오랫동안 기대해 온 꿈의 영역이다. 제너럴모터스가 1939년에 운전자 없는 차량 개념을 정의·발표한 뒤 미래상을 논할 때 꼭 나온 단골 소재가 됐다. 인간은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하며 자율주행차의 현실화를 고대했다.

21세기 들어와 꿈이 현실로 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센서가 인식한 도로와 주변 차량 및 장애물 정보를 활용, 자율주행차는 주행 경로를 스스로 판단해서 달린다. 주행 관련 빅데이터를 참고해 원활하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판단을 거듭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물론 완벽한 자율주행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AI 기술, 관련 융합 기술의 발전으로 수 년 안에 스스로 모든 주행 상황을 통제하는 자동차가 탄생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미래 핵심 산업이다. 지난해 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프로젝트에 10년 동안 4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부터 미국 연방정부 예산에 반영됐다.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도 2018~2020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밝혔다. 벤츠와 BMW는 2015년 CES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의지를 천명했다. 닛산,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도 실험 과정에 있는 자율주행차를 공개하고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고속도로 운행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자율주행차 광풍은 우리나라에서도 불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20년까지 구간별 자율주행차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연구기관·대학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세계 도로를 지배할 날이 멀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는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20년 2000억달러에서 2035년 1조2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2035년에는 자율주행차 점유율이 75%를 넘길 것이라는 견해도 내비쳤다.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AI와 관련 융합 기술이 인간의 주행 능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KAIST(총장 신성철)도 올해부터 AI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연구 혁신으로 자율주행차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AI 자율주행차를 전략 핵심 연구 분야에 포함시키고 진행 연구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기로 했다.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심현철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언맨드시스템 리서치그룹(USRG)' 팀의 자율주행차 개발 연구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USRG 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유레카'를 개발하고 있다. 이 팀은 주요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해서 활용한다. 센서를 통한 도로 및 사물 인식, 판단, 경로 생성, 차량 제어 등 핵심 기술을 하나의 통합 알고리즘에 담았다. 2014년부터는 딥러닝 기법을 적극 활용, 인식·탐지 완성도를 더했다.

주목되는 주요 기술은 센서에서 얻은 주변 환경에서 주행 가능 영역을 검출하는 주행 환경 인식 기술이다. 먼저 RGB카메라와 같은 센서로 얻은 이미지 정보에서 도로선과 같은 특징을 추출한다. 이미 학습시킨 도로·비도로의 특징과 대조, 달릴 수 있는 곳을 판단한다. 이 과정은 실시간 동작하기 때문에 실제 도로를 달리는 상황에서도 무리 없이 적용된다. 1280×360 크기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50밀리세컨드(㎳) 안에 동작한다.

KAIST의 자율주행차 유레카가 주변의 도로 환경을 인식, 분석하는 모습.
KAIST의 자율주행차 유레카가 주변의 도로 환경을 인식, 분석하는 모습.

딥러닝 기술을 활용, 환경을 인지하는 것도 주요 기술이다. 영상 정보를 분야별로 나누고 차량, 보행자, 신호등과 같은 객체의 '의미'를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이미지·동영상 인식에 주로 쓰이는 '컨볼루션 신경망(CNN)'을 활용해서 표지판을 인식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표지판에 주로 쓰이는 색상과 모양들을 검출하고, 각 표지판이 갖는 의미를 파악한다. 딥러닝으로 차량제어 명령 생성 기술을 구현, 자율주행차가 인간 수준으로 안정 주행을 펼치게 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USRG 팀은 이런 세부 기술을 적용, 지난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직선 및 곡선 구간에서의 차로 유지, 차로 변경, 정체 상황 주행, 전방 충돌 방지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심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AI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분야이자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 되는 분야”라면서 “세계 수준의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
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

KAIST는 이용자의 운전 성향을 파악, 자율주행차 편의성 극대화 연구도 하고 있다. 오혜연 전산학부 교수팀은 각기 다른 운전자의 운전 방식, 성향을 '프로파일링'해서 맞춤형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성격이 급한 운전자에게는 속도 중심의 자율 주행 방식, 어린 아이를 동반한 이용자에게는 다소 속도는 느리더라도 안전 주행 방식을 각각 적용하는 식이다.

프로파일링에는 상황을 연속해서 이해하는 '리커런트 신경망(RNN)'을 활용한다. 연속된 주행 데이터를 세세하게 분석, 각각의 '운전 스타일'을 해석한다.

이 기술은 운전자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인지 능력이 다소 부족한 운전자가 있다면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이에 관련된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지속 발전시켜서 출근길, 정체 상황과 같은 상황별 자율주행 스타일도 구현해 적용할 방침이다.

오 교수는 “단순히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이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면서 “운전자의 성향을 반영하고 각 상황에 맞는 주행 스타일을 적용하면 자율주행차의 활용 영역과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자료 : 내비건트리서치)>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자료 : 내비건트리서치)

<자율주행차 개발 동향(자료 : 내비건트리서치)>


자율주행차 개발 동향(자료 : 내비건트리서치)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자료 : 내비건트리서치)>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자료 : 내비건트리서치)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