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 거버넌스와 청년 일자리

[기고]4차 산업혁명 거버넌스와 청년 일자리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3차 산업혁명(정보혁명)을 거쳐 발전된 기술의 고도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융·복합돼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밀려온다.

스위스 글로벌금융그룹 UBS가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 즉 국가 시스템이 갖추고 있는 역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만, 말레이시아보다 뒤진 25위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 조사에서도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52.3%, '들어만 봤다'는 응답이 36.3%로 각각 나타났다. 2025년을 분수령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는 강대국으로의 도약이냐 약소국으로의 전락이냐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어서 우리나라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만든 정보통신부의 2008년 해체와 기능 분산 결과 정보통신 분야 국제 경쟁력이 2008년 8위에서 2011년 19위로 추락했다.(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UNIT 66개국 조사)

그동안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초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지만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벤처·중소기업 창업, 지원 등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출범 과정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중소기업 현장 혁신을 담당하고 미래부, 중소기업청, 지방자치단체, 투자 대기업 간 허브 역할을 해내면서 중소벤처기업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중기청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 중소기업 정책 지원 육성 1284개 사업에 16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중기청(7조4738억원·72건), 산업통상자원부(2조1701억원·75건), 고용노동부(1조6379억원·18건), 미래부(5165억원·39건), 해수부(2553억원·7건), 농수산부·특허청·방위청 등 19개 중앙 부처가 14조1374억원(256건), 지자체가 2조3000억원(1019건) 등 사상 최대 지원을 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15~29세)은 11.2%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취업준비생·취업포기자(니트족)·여성취업자 절반이 비정규직이며, 대부분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청년 실업자가 사실상 200만명이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즉시 행정명령 1호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창설하고, 집무실에다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서 진도를 파악한다는 보도는 꽤나 고무시킨다. 97%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10조원 규모의 추경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증시 글로벌 시가총액 5대 기업이 애플·구글(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이며, 이들이 ICT 기반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런 트렌드를 가속시킬 것이다. 앞으로 제조업 등 많은 분야에서 스마트 자동화와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없어지는가 하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좋은 벤처기업 하나가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때 폐지설까지 나돈 미래창조과학부가 4차 산업혁명의 주무 부처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는 국가 장래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생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기청의 중소기업 창업 지원 및 보육 기능과 미래부의 R&D, ICT, 정보통신산업 육성 기능을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확대·재편하는 것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효율 방안이 될 것이다.

협소한 기능의 중소벤처기업부보다는 '디지털산업부' 또는 '중소디지털기업부'로 하여 4차 산업혁명의 주무 부처로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빠진 중소벤처기업부가 혁신벤처기업을 육성, 좋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미래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국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정 사업을 공사화하고, 과학과 기술 구분이 모호하지만 과학과 응용 기술은 구분해야 한다는 강한 주장도 있기 때문에 '과학'은 대학에 맡기고 ICT는 종래와 같이 4차 산업혁명 부처에 남기는 과감한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국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직은 당연히 대통령이 맡아 주기로 실적을 챙기고, 민·관 간 또는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중복·비효율 투자를 조정하는데 집중해서 추진 동력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부에 달렸다.

한 예로 케냐에는 시중은행 점포가 없다. 중국은 골목길 노점상에도 스마트폰 결제를 하고 있다. 중국보다 2년이나 늦게 출발한 우리나라의 최초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K-Bank)는 230명의 인력과 더불어 무점포 24시간 영업 방법으로 시중은행을 따라잡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원격의료 및 헬스케어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으며,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허가제가 미국보다 5년 늦은 2016년에야 도입된 것을 볼 때 현행 체제에서 실현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이런 문제 역시 국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가계통신비 부담 해소를 위해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및 통신비 인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나는 2012년 3월3일자 '통신요금 가장 비싼 한국'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주장했듯 그동안 요금이 많이 인하됐지만 지금도 30% 추가 인하는 가능하다. 가계통신비가 30% 절감되면 연간 약 8조800억원의 신규 가계 가처분소득이 생기고, 이를 한국은행 고용유발계수로 환산하면 매년 13만8000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앞으로 제조업 등 많은 분야에서 스마트자동화와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빼앗기는가 하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좋은 벤처기업 하나가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6년 동안 일곱 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한 제4 이동통신을 허가하면 4만개의 고용 창출이 유발되고, 지금과 같은 독과점이 아닌 이동통신 시장의 공정 경쟁 생태계가 조성됨으로써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요금 인하가 이뤄질 것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투자비 3조원 조달, 기존 이통 3사의 반대, 정부 의지 결핍으로 실패했지만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프랑스의 제4 이동통신 프리모바일 성공 사례를 감안해 새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제4 이통이 생긴다면 기본료 없이 30% 이상 싼 요금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 가계 통신비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제4 이통 허가만으로도 국가 예산 투입 없이 3년 동안 양질의 약 54만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투자비 3조원 조달은 우정사업보험기금이 기금 운용 차원에서 10%만 투자하면 투자자가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아무도 이런 위험 부담을 하지 않으려는 행정 풍토도 문제다. 차라리 제4 이통을 미국 프리돔팝(Freedompop)처럼 약 3000억원을 투자해서 올(All) IP 무료 이동통신으로 출발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동통신 기본료 강제 폐지는 가능하겠지만 좋은 장기 정책은 아니다.

신윤식 정보환경연구원 회장(전 체신부 차관) yunsik042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