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민·양창덕 UNIST 교수팀, 출력 20배 높인 마찰 발전기 개발

바람이나 진동 등 자연과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마찰 현상을 전기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세한 출력으로 상용화하기 어렵던 기존 기술을 크게 개선, 출력도를 20배 이상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정무영) 백정민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양창덕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이하 백 교수팀)는 두 종류의 고분자를 결합한 신소재를 적용, 금속 전극과 마찰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기존 대비 20배 이상 출력도를 높인 고효율 마찰 발전기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백정민 UNIST 교수
백정민 UNIST 교수
양창덕 UNIST 교수
양창덕 UNIST 교수

'마찰 발전기'는 두 물체가 마찰할 때 생기는 전하 불균형을 이용,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다. 서로 다른 두 물체는 접촉하면 각 물체에 있는 음전하와 양전하가 이동, 물체 내 전하 불균형 현상이 나타난다. 전하 불균형 현상은 전자를 이동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전류가 발생한다.

마찰 발전기는 양전하를 모으는 금속 전극과 음전하를 모으는 고분자 유전체로 구성됐다. 백 교수팀은 고분자 유전체의 특성을 바꿔 전기 출력 효율을 크게 높였다.

백 교수팀은 '가열 건조형 불소 수지계(PVDF)'라는 고분자를 마찰 발전기 적용 기본 소재로 사용했다. PVDF는 외부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양쪽으로 나란히 나뉘어 배열되는 전기 성질, 즉 유전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 특징 때문에 현재 센서와 배터리 장치에 사용되고 있다.

PVDF의 유전 상수는 8.6이다. 유전 상수를 높이면 더 높은 전기 출력을 얻을 수 있다.

백 교수팀은 이 PVDF에 새로운 고분자를 융합, 유전 상수를 16.5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PVDF를 적용한 마찰 발전기의 전기 출력도는 20배 이상 증가했다.

A. PVDF 기반 마찰 발전기 제작 과정 B. PVDF 기반 마찰 발전기 이미지 C. PVDF 기반 마찰 발전기의 출력 전류 밀도 D. PVDF 기반 마찰 발전기의 출력 전력 E. PVDF 기반 마찰 발전기의 전하 밀도 F. 캐패시터 충전 그래프
A. PVDF 기반 마찰 발전기 제작 과정 B. PVDF 기반 마찰 발전기 이미지 C. PVDF 기반 마찰 발전기의 출력 전류 밀도 D. PVDF 기반 마찰 발전기의 출력 전력 E. PVDF 기반 마찰 발전기의 전하 밀도 F. 캐패시터 충전 그래프

마찰 발전기를 비롯해 마찰 발전 기술은 버려지는 기계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하나다. 마찰 발전 기술은 소형 전자기기를 비롯해 저전력 휴대 전원 공급 문제를 해결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출력 전류 및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낮고, 사용 소재도 고가라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백정민 교수는 “고분자 유전체 소재의 전기 특성을 바꿔 유전 상수를 조절하면 출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면서 “나무나 건물 같은 고정 물체에서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물체까지 적용,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발전기의 상용화 가능성을 열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 최신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삼성미래기술 육성 사업 일환으로 수행됐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