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과 일자리]〈중〉통신사, 텅빈 현금 금고

잉여현금이 부족한 통신사는 지속적인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900
잉여현금이 부족한 통신사는 지속적인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900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에 직면한 통신사는 '재원 조달'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외부에 알려진 손익계산서로는 매년 수조원 이익을 남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 3조6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냈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도입한 2014년과 비교하면 갑절 이상 많다. '기본료를 폐지해도 된다'는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이같은 이익은 회계장부 숫자일 뿐이다. 실제 통신사 현금 보유고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통신 3사가 벌어들인 현금은 9조2530억원이다. 영업이익(3조19억원)과 감가상각비(6조2340억원)를 더한 금액이다.

여기에 영업외비용 10조400억원을 계산하면 잉여현금은 마이너스 7870억원이다.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연평균 영업이익이 3조원을 상회하는데 남는 돈이 없는 걸까.

현재 손익계산서가 영업비용만 계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운영에는 영업외비용도 많다. 이자와 법인세, 설비투자, 주파수 이용권, 배당금 등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두 비용을 모두 합친 게 총지출인 셈이다.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을 모두 포함해 계산하면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SK텔레콤도 연평균 850억원의 현금이 남을 뿐이다.

이런 돈으로는 5G는커녕 롱텀에벌루션(LTE) 유지보수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투자도 벅찬 실정이다.

통신사 지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마케팅비를 줄이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마저 쉬운 일은 아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약 7조6000억원의 마케팅비를 지출했다. 광고보다 지원금이나 판매장려금 지출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지출을 줄이면 당장 휴대폰 구입비가 비싸지고 휴대폰 유통망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 약정기간(1년 또는 2년) 요금을 깎아주는 20% 요금할인을 감안하면 실제 마케팅비는 9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온라인과 시민단체,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신사가 부당하게 과도한 이익을 취한다는 논리로 요금인하 압박을 가해 우려를 낳는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을 넘어 이미 현금으로는 남는 게 없다는 점이 회계 장부상으로 드러난다.

통신사에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적절한 수익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회계처리 원칙 때문에 통신사 현금 흐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면서 “실제로는 통신사 잉여현금이 바닥 수준이라 미래 투자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통신 3사 2011년~2016년 연평균 잉여현금(단위 : 십억원), 자료:통신 3사 감사보고서>


통신 3사 2011년~2016년 연평균 잉여현금(단위 : 십억원), 자료:통신 3사 감사보고서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