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다

언제부턴가 길거리에 음악이 사라졌다. 길 보드 차트는 옛날 얘기다. 대형마트는 물론 소형 커피 전문점도 조용하다. 연말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기 어렵다.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기술 발전이 한몫했다. 노래 제공 채널이 카세트테이프에서 콤팩트디스크(CD), 음원으로 변했다. 저작권법 단속 강화도 한몫했다. 법 위반을 우려해 아예 음악을 틀지 않는 곳이 많아졌다.

디지털 사회는 저작권 이용과의 관련성이 점점 높아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복제와 공유라는 기본 특성을 지닌다. 로런스 레시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역시 그의 저서 '코드 2.0'에서 복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이 저작권법의 범위와 효과에 변화를 불러온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이 같은 예언은 현실로 되고 있다. 모든 행위가 저작권법과 연계된다. 공정 이용으로 연계되지 않는 한 라이선스나 불법 행위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고등학생의 '저작권 자살'은 상징 사건이었다.

저작권은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앞으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저작권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우선 내년 하반기부터 커피숍이나 호프집도 저작권 부담을 지게 됐다. 음악을 재생하면 창작자나 가수, 연주자에게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15∼30평 매장이 부담할 저작권료는 월 약 4000원이다. 15평 이하 매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음악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초에 고시했다.

전자·정보기술(IT) 업계를 타깃으로 한 변화도 감지된다. 최근 사적 복제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징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97년 처음 공론화된 이후 20년 만이다. 당시에는 저작권에 대한 낮은 인식과 산업계의 저항으로 제도화되지 못했다.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요지는 녹음·녹화·복사가 가능한 디지털 기기에 사적 복제 보상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주로 공공 공간에서 이뤄지는 복사에 대해 부과금을 매긴다. 독일, 프랑스 역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한다. 이 주장이 제도로 이어진다면 복사기, 녹음기, 녹화기 등 복제용 기기를 구입하는 사람이나 제조자가 저작권자에게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줘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법은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 목적이 아니면 개인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허용한다.

창작자의 권리와 저작권이 보호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해적판이나 해킹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는 제작자가 나와선 안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하얗게 밤을 지새우면서 창작에 몰두하는 작곡가와 소설가가 있다. 연습실에서 춤을 만드는 안무가의 땀도 보상을 받는 게 마땅하다. 그들이 갖게 되는 저작인접권, 공연권, 실연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광범위하게 저작권을 보호하는 트렌드는 세계 추세다.
그러나 법 만능주의가 된 사회는 삭막해질 수밖에 없다. 일상은 위축된다. 법은 존재 그 자체로 위협 대상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꿈꿀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활력은 유지돼야 한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상식과 법이 통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창작자의 권리가 존중되고, 신명 많은 한국인의 일상도 존중될 수 있는 균형이 요구된다. 저작권 보호 노력만큼 공정 이용 활성화도 고민할 때다.

[데스크라인]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