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5대 비리 구체적 기준 마련하겠다"…여야 협치 첫 단추 이뤄질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된 고위공직자 인선 문제와 관련해 직접 해명했다. 야당 의원과 국민의 양해를 당부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인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협치의 첫 단추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인사 논란에 대해 새 정부 공약을 실제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인수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병역 면탈과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5대 중대 과실은 고위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며 “더 큰 근절 사유가 있을 수 있는데도 5대 중대 사유로 한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전 정권에서 특히 많이 문제가 됐던 사유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제가 당선 첫날 총리 지명을 했는데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인사 탕평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명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미 발생한 논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일이지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길 참모진에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논란은 (인수위 등)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드린다”며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날 이낙연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청와대는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 시 적용할 새로운 도덕성 기준을 제시했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2005년 7월 이전이더라도 투기성 위장전입에 대한 사전 검토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를 만나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선 “송구스럽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것에 양해를 구한다”며 “국정 공백 때문에 총리 지명을 서두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결정적인 하자로는 볼 수 없는 만큼 국정 공백 해소를 위해 야당의 인준안 처리 협조를 호소했다. 청와대가 야권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만큼 인준 절차에 돌입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대승적 차원에서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으며, 바른정당도 인준 절차에는 응하되 찬반 여부는 추후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은 구체적 재발방지책 제시를 요구하며 인준안 처리에 반대 기조를 유지했다.

여야는 임명동의안 처리 시한으로 잡은 31일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을 안건으로 올리기 위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