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IT 대표 협회·단체, 퀄컴 과징금 부과 당위성 의견서 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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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정보기술(IT)업계가 퀄컴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적발,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공식 전달한다. 주요 전자산업 관련 협회가 퀄컴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내기로 했다. 퀄컴은 공정위의 제재가 불공정하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자·IT업계 협회·단체들이 공동으로 퀄컴 제재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이번 주 법원에 제출한다. 퀄컴이 시장 지배 지위를 이용, 부당한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퀄컴에 1조3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다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라는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유사하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단체에서 공정위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면서 “산업계에서도 퀄컴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IT 산업을 대표하는 협·단체가 공동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로 한 것은 공정위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퀄컴의 지배력 남용에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관행을 막으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법원이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산업계의 분명한 입장 표명은 퀄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4개 협회·단체 회원사는 800개가 넘는다. 대부분 IT 기업으로, 퀄컴 제재에 직간접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

퀄컴 소송에 정부를 넘어 산업계까지 발을 담그면서 '퀄컴 vs 국내 IT업계' 대결 구도로 전선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휴대폰 제조사나 모뎀, 셋톱박스 제조사까지 공동 대응하면서 반(反) 퀄컴 진영이 형성되는 구도다. 퀄컴 칩셋을 사용하면서 불공정 라이선스 계약의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결 구도는 퀄컴이 가장 피하고 싶은 부분이다. 퀄컴은 IT업계 대다수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기 위해 사태 확산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공정위가 퀄컴 소송을 위해 작성한 답변서에 '열람·복사 제한' 신청까지 했다. 상대편의 소송 기록까지 열람 제한을 신청한 건 이례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와 각을 세운다는 뉘앙스를 주지 않으려는 시도의 하나”라면서 “소송장이나 답변서가 제3자에게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까지 소송에 관여하면서 퀄컴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애플, 인텔, 미디어텍 등 기업이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퀄컴 소송에 대해 보조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보조 참가는 법률상 이해관계에 있는 제3자가 한쪽의 승소를 지원하기 위해 소송에 참여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관련 업체 대부분이 퀄컴의 시장 지배력에 반대, 공정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면서 “퀄컴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