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학과·학위 틀부터 깨자"…공학한림원 포럼

대학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고정된 학과, 학위 같은 기존 제도 틀부터 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화의 폭과 속도가 급증하는 시대에 대학도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송성진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기계공학부 교수)은 지난 29일 저녁 한국공학한림원 'NAEK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송성진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기계공학부 교수)이 한국공학한림원 NAEK포럼에서 '대학개혁, 우리 생각의 틀부터 깨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송성진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기계공학부 교수)이 한국공학한림원 NAEK포럼에서 '대학개혁, 우리 생각의 틀부터 깨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송 처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학은 몇 가지 키워드를 갖게 됐는데, 이것을 뛰어넘기가 어렵다”면서 “고졸 청년 입학생, 학문 분야 별 학과 같은 기존 생각의 틀로는 바뀌는 세상에서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대학 교육 키워드로 △고졸 청년 입학생 △학문 분야 별 학과 △박사 학위와 정년이 보장된 교육·연구 교수 △강의노트와 강의실 위주 강의 △학과 기반의 학위를 들었다. 경직된 대학 체계 원인으로 지목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사회 특징을 빠른 변화 속도, 광대역 융·복합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대학은 기존 틀에 머물러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령 인구 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대학도 생존 기로에 몰렸다.

교육부는 2023년 대학 입학자원이 39만8157명으로 현 정원보다 10만5000여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기업이 평가하는 공대 졸업생 역량은 기대 수준보다 6~13.7점 못 미쳤다.

송 처장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대학이 과연 미래 사회에 대응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 학과, 교수, 강의, 학위로 대표되는 대학 교육 틀을 깨자고 제안했다. 교육 대상을 고졸 청년에 한정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급증할 성인 재교육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재교육 효과를 담보하는 산업계 전문성도 필요하다.

송 처장은 학과, 학위는 융합 전공과 인증 수여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정된 학과가 아니라 기술, 산업 트렌드에 따라 융합 전공을 운영하고 학과 별 학위가 아닌 프로그램 별 인증을 수여하는 모델이다.

송성진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기계공학부 교수)이 한국공학한림원 NAEK포럼에서 '대학개혁, 우리 생각의 틀부터 깨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송성진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기계공학부 교수)이 한국공학한림원 NAEK포럼에서 '대학개혁, 우리 생각의 틀부터 깨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송 처장은 “스마트카가 화두로 떠오르면 스마트카학과를 만들려 하는데 지금 학과 만들어서 졸업생 배출할 시점이 되면 그때 스마트카는 더 이상 화두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대 안의 전공을 융합해서 스마트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졸업할 때는 기계공학 학위와 스마트카 인증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는 강의실 모델은 지양하고, 실험·실습 위주의 창작 공간을 늘리자고 했다. '교수의 강의'에서 '학생의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했다. 교수 평가·채용은 빠른 변화 속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이고 산업계 전문가에도 개방하자고 주장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