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AI·데이터센터·이미지센서 혁신 이끄는 3D D램 기술

초고속을 데이터 처리 능력을 보이는 HBM2의 단면도.
초고속을 데이터 처리 능력을 보이는 HBM2의 단면도.

삼성전자 3D D램 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처리용 데이터센터, 초초고속 촬영을 지원하는 차세대 CMOS이미지센서(CIS) 분야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려면 연산 중간값을 임시 저장하는 메모리에서 병목이 생기면 안 된다. 그래서 기계학습으로 AI를 구현하는 전용 프로세서는 보다 많은 데이터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가 필요하다. 기계학습에 활용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텔의 제온파이 프로세서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회사에 고대역폭메모리2(HBM2:High Bandwidth Memory 2) 공급 중이다. HBM2는 현존 가장 빠르다는 GDDR5 메모리보다도 7~8배나 고속이다. 전력 소모량도 적다. 삼성전자가 HBM2 생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건 그 만큼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파고 돌풍 이후 세계적으로 기계학습과 AI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3DS D램은 빅데이터 처리를 맡는 인프라 서버에 주로 탑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BM이 AI 구현에 특화된 특수 용도 메모리라면 3DS D램은 3D 적층이라는 구조 자체는 동일하지만 일반 서버 D램 모듈에 탑재된다는 점에서 범용 제품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TSV는 칩에 매우 미세한 구멍을 뚫어 동일 칩 여러 개를 수직으로 적층한 뒤 구멍 속을 구리로 채워 전극을 형성하는 공정 기법이다. 이렇게 생성된 많은 양의 전극은 모두 데이터가 오가는 입출력(IO) 포트로 활용된다. 3D 낸드플래시가 칩 속 데이터 저장 셀을 수직으로 구성했다면, 3D D램은 물리 칩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TSV 기술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상용화 가능성이 언급돼 왔다. 그러나 수율과 생산성 문제 등 이른바 경제적 이유로 본격적 혹은 매출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만한 대량 생산은 지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협력사와 공동 개발한 헤드 8개의 서멀콤프레션(TC) TSV 본더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D램을 TSV로 적층하는 기술은 스마트폰 등 카메라 모듈에 탑재되는 CIS에도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영상 데이터를 처리하는 로직 칩, D램 메모리를 쌓아올린 '3단 적층' CIS를 개발 완료했다. 이번 TSV 증산 투자를 통해 이 제품이 생산된다.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D램이 CIS에 붙으면 초당 1000장 수준의 초고속 촬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유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생기는 '왕관 효과'를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포착할 수 있다. 일본 소니도 이 같은 3단 적층 CIS의 개발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경제성을 갖춘 TSV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면 이런 적층 CIS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양산하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D램 시장은 적층 기술이 본격 확산되는 시기부터 낸드플래시와 마찬가지로 단품 판매에서 탈피, 솔루션화에 기반한 고객지향적 사업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