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19대 대선과 마케팅

[SBA 칼럼] 19대 대선과 마케팅

박정래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강의교수

지난 5.9일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유권자 77.2%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투표자 41.1%의 지지율을 획득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보궐선거 특성상 대통령 당선자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3달의 전 과정이 그 다음 날인 5.10일 하루에 모두 진행되는 진면목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신속하게 산적한 국정과제들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 4.15~16일 대통령 후보자 등록을 하였고, 4.17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하여 전체 일정이 채 두 달도 안 되는 가장 짧은 기간에 진행된 대선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한편으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대선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헌정사상 첫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전임 대통령이 ‘탄핵’에 의해 헌법적 지위를 잃고 치러진 보궐선거라는 점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최순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비리에 대한 거대한 폭로가 시작되었고, 연이은 국민들의 광화문 촛불평화시위, 관련 사안에 대한 특검의 집중된 조사, 박근혜 전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치열한 법리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최종판결이 있었고, 극적으로 대선 일정이 잡히고 실시된 경우이다. 둘째, 정당정치의 근본인 주력 여당, 야당의 사분오열 분열로 정치파트에 따라 모두 후보자를 냈고, 그 후보자들이 끝까지 대선주자로 치열하게 경선을 완주한 첫 선거인 셈이다.

이런 특징을 언론들은 전임 대통령이 없는 대선, 여당과 야당 모두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한 대선, 경상-전라도와 같은 지방색이 없는 대선으로 보도할 정도였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마케팅 관점에서 후보자들 간에 상대적인 치열한 표점유 경쟁이었고,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선이었다.

다양한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적인 마케팅과는 달리 가장 어려운 마케팅이 정치 마케팅이고, 그 중에서도 대선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를 포함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국가운영과 정책을 대상으로 하며, 최종 의사결정까지 너무나 많은 돌발 상황변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종 선출된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한 나라의 국격과 향방이 결정되고 미래가 만들어지는, 사실상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대선마케팅은 첫째, 각 나라의 정치발전과정에서 만들어진 엄격한 법적 통제에 의해 공적으로 진행되고 정해진 룰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둘째, 정치적(또는 통치)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과 정책에 의해 오랜 검증과정과 정치행위에서 도출된 ‘대통령 후보’를 대표로 선발하여 각 파트(정당)의 참모들과 함께 진행된다. 셋째, 전략적인 정책소구를 하며 부분적인 타깃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 나라의 전 국민, 특히 선거권을 가진 전 유권자의 호감·지지도를 최대 수렴하여 다수표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자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법적인 통제에 의해, 어느 정책 정당을 대표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다 보니 관련 변수는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대선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외 정세와 경제, 시의적 이슈, 각 후보자들의 포지티브·네가티브한 개인적인 이슈까지 결합되어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격전을 치루는, 가장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마케팅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19대 대선은 마케팅 관점에서 본다면 정공법이 변칙을 극복하고 승리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15명의 대선 후보자가 등록했으나 2명이 도중 기권하고, 13명의 후보자가 완주를 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현역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정당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정치적 성향으로 보아 보수와 진보로 구분한다면, 보수진영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를 냈고, 진보진영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을 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경합은 문제인 후보, 안철수 후보, 홍준표 후보 간의 경쟁으로 압축되었다. 6차에 걸친 상위 5인 후보의 공개 정책토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국가를 국가답게 만들 준비된 든든한 대통령으로서 대세론을 내세웠고, 안철수 후보는 테크노크라트로서 미래대비를 강조하면서 혁신과 개혁을 주창했다. 후발 홍준표 후보는 모래시계검사의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안보와 서민 대통령으로서 자유대한민국의 수호를 지속 주장했다. 한편 유승민 후보는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심상정 후보는 노동약자 권리진흥을 강하게 유권자에게 어필하였다.

이제 지난 22일 동안 대선 후보 간 선거벽보(포스터) 차별화나 3~5차에 걸친 광고 캠페인, 거리를 뒤흔들던 선거송, 휴대폰이나 개인메일을 통한 지원 메시지, 온라인과 모바일의 배너나 동영상 광고, 거리유세와 지원연설 등 각 캠프의 전반적인 대선 마케팅 활동이 어떠 했는지를 일일이 거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리라고 본다. 문재인 후보는 위에서 언급한 이번 대선의 특수한 조건이 있었지만, 지역별, 세대별 유권자의 월등한 지지를 이끌어 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무엇이 문재인 후보의 대선 마케팅 활동에서 승리를 이끈 동인이 되었을까. 아마도 문후보의 국민을 향한 따듯한 인간미의 부각, 책임지는 리더로서의 진정성이 아닐까 싶다. 오래 준비된 대통령 후보로서 대세론은 자칫 거만함과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었으나, 어대문(어치피 대통령은 문재인)에서 투대문(투표를 해야 대통령이 문재인이 된다)까지 젊은 층에 익살 캠페인으로 통했고, 투표 당일까지 천부적인 겸손을 바탕으로 고단하고 힘든 국민들에게 먼저 다가감으로서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파란을 일으키자’라는 슬로건으로 분야별 국가의 시급한 과제에 대해 다양한 맞춤 정책대안과 복안을 매일 2~3개씩 발표하고 온라인, 모바일로 공유해 일관되고 지속적인 열정을 보여 주었다.

정치는 예측가능 해야 하고, 다수의 선을 따라야 하고, 주권자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국민의 이번 결정은 위대하고, 바른 선택을 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솔한 당선소감, 소박한 취임행사와 국정공백을 인식한 빠른 적임 인선, 첫 약속의 이행과 광폭 행보, 권위적이지 않은 참모들과의 열린 논의와 국내외 과제에 대한 의견피력 등은 무기력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부디 이번 대선이 단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마케팅적으로 승리한 것이 아닌, 멋진 대통령을 뽑은 국민 모두가 함께 제대로 된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든 대기록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