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기지국 수중통신망, 대한민국 통신기술력 입증

SK텔레콤과 호서대(이하 연구팀)가 개발한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기술은 환경, 안전, 국방 분야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바다로 통신 영역을 확장하는 신호탄이다. 수중 정보를 활용, 바다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지국, 셀 플래닝(설계) 등 우리나라 앞선 통신기술 역량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 장비를 바닷 속으로 내리고 있는 모습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 장비를 바닷 속으로 내리고 있는 모습

◇이통통신 기술력, 바다로 확대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핵심은 말 그대로 '기지국'이다.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는 유선 케이블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설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기지국 기반 방식은 비용이 저렴하고 확장성이 크다.

무선이지만 센서만 사용하는 방식과 비교해도 강점이 분명하다. 기지국을 설치하면 전파도달거리가 길어지고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다. 망 최적화로 바다 속 음영 지역을 없애고 통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10월부터 시작할 테스트베드 구축에 그동안 축적한 망 설계 노하우를 활용한다.

음파에 직교주파수분할(OFDM) 기술을 적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OFDM은 고속 통신을 위한 변조 방식으로 4세대(4G)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5G 시대에도 사용된다. 연구팀은 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쓰던 음파에 OFDM 기술을 접목, 수중 통신 한계를 극복했다.

공동연구팀이 바닷 속에서 전달되는 데이터를 수신하기 위한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맞은 편 배에 탑승한 연구팀은 수중 데이터 송신을 위한 트랜스듀서(음파송신기)를 바닷 속으로 내리고 있다.
공동연구팀이 바닷 속에서 전달되는 데이터를 수신하기 위한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맞은 편 배에 탑승한 연구팀은 수중 데이터 송신을 위한 트랜스듀서(음파송신기)를 바닷 속으로 내리고 있다.

◇수중환경 관리, 재난·국방 등에 활용

연구팀은 2020~2021년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 실험망 구축을 완료한다. 상용화는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활용 범위는 광범위하다. 지진이나 방사능 유출, 쓰나미, 자원고갈 등을 사전에 탐지하는 재난 분야가 대표적이다.

고학림 호서대 교수는 “중국이 동쪽 지방에 원전 건설을 늘리는데 방사능 유출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며 “한류가 지나가는 '조석전선' 발생 지역을 미리 파악해 해무 조기경보를 내리는 데 활용하는 등 해양 안전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700㎒ 대역 통합공공망(재난망·철도망·해상망)과 연동, 수중 재난 정보에 지상 재난관제센터가 대응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수온과 조류, 염도 등 수중 환경을 관측하면 해양 기상정보 시스템 정확도가 높아진다. 기후 변화에 따라 어종 변화를 예측하고 관리 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 석유와 가스 유출 감시 등 해저 자원탐사, 수중 로봇 통합 제어와 관리도 가능하다. 적 잠수함 감시와 수중 저전력 기밀통신 등 국방 분야 활용도 기대된다.

수중으로 전송된 데이터가 특수 장비(오실로스코프)를 통해 그래프 형태로 보여지고 있는 모습. 뒷편으로 호서대 고학림 교수가 수중통신망 사업 개요를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수중으로 전송된 데이터가 특수 장비(오실로스코프)를 통해 그래프 형태로 보여지고 있는 모습. 뒷편으로 호서대 고학림 교수가 수중통신망 사업 개요를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바다 속 통신망 경쟁 치열

지상에서는 오랫동안 전파예측 모델이 체계적으로 연구됐지만 바다 속은 시작 단계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중통신망의 중요성을 알고 국가 주도 연구가 한창이다.

유럽연합(EU)은 유·무선을 혼용한 방식을 활용한다. 수중망과 육상망을 통합 운영하고 수중 IoT 지원을 위한 '썬라이즈(SUNRIS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캐나다는 세계 곳곳의 관측소에서 유선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 기반으로 실시간 원격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오션 네트웍스 캐나다'를 추진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90년대부터 바닷 속 통신 기술을 확보, 바다 환경 변화 모니터링과 국방 분야 등에 활용한다. IoT와 빅데이터 기술 발전과 해양 빅데이터가 국가 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연구팀의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개발에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으로 전달된 가상의 지진 경보를 특수 장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으로 전달된 가상의 지진 경보를 특수 장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