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한국 통신 규제는 중국보다 못한 아시아 최악"

도이체방크 "한국 통신 규제는 중국보다 못한 아시아 최악"

경제 분석 업체인 독일 도이체방크가 우리나라 통신 규제를 “중국보다 못한 아시아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통신사 소유권이 없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두고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우리나라 통신사가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요금 강제 인하가 당장은 효과를 볼지 몰라도 결국 가입자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도이체방크는 '한국 통신시장-이동통신요금 인하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비정상 규제를 강력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통신 3사의 주식은 아시아 지역 평균보다 42%나 저평가됐다. 이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홍콩(-7%), 싱가포르(-8%)는 물론 심지어 정부가 소유권이 있는 중국 통신사(-15%)보다 못했다. 필리핀(4%), 인도네시아(14%), 대만(29%) 등 평균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국가와도 비교됐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예측 불가능한 강력한 규제'를 꼽았다. 근거로는 10년여 동안 우리나라 통신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아시아 평균치와 비교했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수익 전망을 투자자가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ER가 낮다는 것은 수익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 주요 규제 도입 시점 때마다 PER는 아시아 평균보다 낮았다.

2011년에 통신비 1000원 일괄 인하 때는 최하 수준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2015년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과 선택 약정 할인율을 높일 때 바닥을 찍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단골로 등장하는 선거철에는 어김없이 PER가 곤두박질쳤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도입한 2014년 말에 주가가 치솟은 것은 예외다. 당시 마케팅비 절감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가 늘었다.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면서 한국 통신산업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불과하다. 인도를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태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모두 우리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규제 이유로 잘못된 통신 산업 분석을 지적했다. 한국 통신사의 수익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수익성 대표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SK텔레콤 8%(하이닉스 제외), KT 6%, LG유플러스 10%다. SK텔레콤의 8%는 아시아 39개 통신사에서 29위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한국 통신비가 비싸다고 하는 것도 사용량 등 양면을 고루 살펴야 공정한 비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매력평가환율(PPP)로 비교한 단위 통신요금(100통화+2GB, 2015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세계 25위일 정도로 저렴하다. 다만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9%로 8위를 기록했다. 단위 요금은 싸지만 사용량이 많은 탓이다.

보고서는 기본료 폐지 등 규제를 통한 요금 인하가 이뤄지면 초기에는 통신사에 피해가 가겠지만 결국 가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안으로는 알뜰폰 지원 강화, 유·무선 결합상품 활성화, 제4이동통신 형태의 5세대(5G) 투자 등을 제시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