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에너지 위기로 대형공장 감산·폐쇄 도미노 우려

지난해 태풍 피해로 대정전을 겪은 호주가 계속되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 생산·무역부문 세계 최대 기업인 클렌코는 전력가격 상승부담으로 호주 내 2개의 구리 용융·제련공장을 1년 내 폐쇄할 예정이라고 호주연방·주정부에 보고했다. 공장 폐쇄 움직임은 다른 유사 산업체에서도 포착되고 있어 에너지 위기가 제조업 탈출, 대량 해고 등의 문제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 에너지 위기로 대형공장 감산·폐쇄 도미노 우려

클렌코에 따르면 용융로를 연중 가동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기요금은 지난 3년간 100%가량 올랐다. 이에 구리 원광을 채광하고 용융·제련가공까지 해 온 현행 사업구조를 채광만 하고 용융·제련은 타국 공장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클렌코는 호주 퀼즐랜드주 마운트 아이사 자사 광산에서 채취한 구리 원광을 광산 내 용융공장에서 1차 가공 후 연안지역의 타운즈빌 제련공장으로 옮겨 완성품을 제조하는 일관 가공공정을 운영해 왔다. 연간 27만5000여톤의 구리 완성품을 생산해 왔고, 현장 직원으로 1000여명을 고용했다.

현재 호주는 지난해 9월 대정전 이후 아직도 크고 작은 정전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한·중·일 에너지 다소비 3국을 중심으로 수출량은 늘어나는 반면, 정작 자국에서는 시추 제한 등으로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폭등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호주 휘발유 도매가격은 세 배나 폭등했다.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만 치우쳤던 정책이 문제를 키웠다며, 관련 보조금을 차세대 석탄발전소 건설에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클렌코의 공장폐쇄는 앞서 리오 틴토가 같은 이유로 2개의 알루미늄 용융로에 대해 감산을 결정한 뒤 나온 것으로 향후 유사업종의 감산·폐쇄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퀸즐랜드주는 클렌코 경영진 설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클렌코는 “호주 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에너지 비용을 절약해 고임금을 보전했기 때문”이라며 “고임금, 고에너지 비용 구조에서는 호주 내 사업의 장점이 없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