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한민국 이동통신, 인위적 요금 인하 역사

[이슈분석]대한민국 이동통신, 인위적 요금 인하 역사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통신비 인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에 통신비 인하 대책을 요구했지만 세 차례 업무보고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14일 이후 4차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지만 해결책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슈분석]대한민국 이동통신, 인위적 요금 인하 역사

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 기업이 시장 자율로 정한 통신요금을 강제로 내릴 법률적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 압박을 가하니 사업자와 정부 주무부처는 일방적 손실 전가는 어렵다며 버틸 수밖에 없다.

이통사 '팔 비틀기'라는 방식 대신 이통 3사 와이파이 개방 경쟁과 같은 자발적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인위적 요금 인하 역사

통신요금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낯익은 풍경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는 '인위적 요금 인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이 대중화된 2000년대 이후부터 통신비 인하는 대통령 선거 또는 국회의원 총선거 단골 공약 중 하나가 됐다.

휴대폰 요금 인하 출발점은 1997년이다. SK텔레콤은 1997년 9월 기본료를 2만1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통화료를 10초당 28원에서 26원으로 인하했다.

당시 정부가 요금인하를 유도하긴 했지만 KTF, LG텔레콤, 한솔PCS 등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경쟁 체제 도입으로 인한 사업자 자발적 선택이 반영됐다.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0년 이후부터 국회와 시민단체가 요금인하 압박을 주도하고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요금 인하를 압박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시 시민단체는 '이동전화 요금 인하 소비자 행동 네트워크'를 결성해 소비자 물가 부담이 크다며 요금 인하를 요구했고 옛 재정경제부가 이를 수용해 요금 인하 정책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2000년 1만8000원이던 기본료를 1만6000원으로 내렸고 가입비는 7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렸다. 26원 통화료는 22원으로 인하한다.

노무현 정부는 이통사 전산 개편과 투자 비용이 완료된 서비스는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요금 인하를 압박했다. 발신번호 표시(CID) 요금을 무료화했고 이통사와 무선인터넷과 문자메시지(SMS) 요금 30%를 인하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선거에서 '통신비 20% 인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2010년 3월 연간 30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는 이통사 반발에도 초당과금제를 도입했다. 2011년 9월에는 모든 요금제에서 기본료 1000원을 일괄 인하했다.

박근혜 정부는 처음으로 법률로 요금 인하 정책에 개입했다. 2014년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하며 지원금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에게 12% 요금할인을 제공하도록 한다. 이듬해에는 할인율을 20%로 올렸고 이동통신사 매출 정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통사 매출·영업이익 10년째 제자리

정부 요금 인하 정책을 살펴보면 뚜렷한 특징이 드러난다. 시기적으로는 대부분 정부 힘이 가장 강력한 대선 또는 총선 이후 이뤄졌다. 방식 측면에서는 정부가 이통사에 요청하는 '팔 비틀기'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통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했다.

자의가 아닌 타율로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다 보니 이통사는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 반복되는 강제적인 요금 인하 요구에 직면해온 이통사는 언제 요금 인하 요구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발적 요금 인하는 소극적이었고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국회와 소비자 단체 비판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성장동력은 정체됐다. 이통 3사 매출은 2010년 40조9688억원이었지만 인위적 요금 인하가 반복된 결과 2016년에는 40조8142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신규 투자를 위한 '실탄'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문가는 진단한다.

정부가 이제라도 강제적 요금 인하 정책보다는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공 와이파이 활성화 대책을 준비하자 이통 3사가 동참해 와이파이 개방 대열에 합류하며 경쟁을 펼친 것이 좋은 사례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 역시 경쟁 활성화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정부가 알뜰폰에 대한 정책 지원을 펼친 결과로 알뜰폰 점유율이 전체 통신 시장 10%를 넘어서자 30% 저렴한 통신요금 혜택을 받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어났다.

임주환 고려대 특임교수는 “세계에서 정부가 요금 인하를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5G와 같은 혁신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4차 산업혁명 혁신을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