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곡목구곡목(曲木求曲木)

새 정부를 이끌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기 위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수행에 적합한 업무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다. 나라 살림을 맡겨도 될 인물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

춘추시대 제나라에 관중이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고사성어인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나오는 그 사람이다. 그의 저서인 관자(管子)에 인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제나라 군주인 환공(桓公)이 관중과 함께 마구간을 둘러보다 관리인에게 무엇이 힘든지 물어보았다. 관리인이 선뜻 답을 못하자 관중이 “우리를 만드는 일이 제일 어렵다”면서 대신 “先傅曲木 曲木又求曲木(선부곡목 곡목우구곡목)”이라고 답했다.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계속 굽은 나무를 써야 하기 때문에 삐뚤어진 우리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처음부터 곧은 나무를 쓰면 계속 곧은 나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굽은 나무는 쓸래야 쓸 수가 없다”고 고했다. 인사는 처음부터 직목(直木)처럼 곧은 인물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처음에 부패한 사람을 쓰면 부패의 고리가 이어져 결국 나라가 망하기 십상이다. 부실 인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지난 정부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철저하게 곡목을 가려내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적어도 부패한 인물을 고위 공직자로 뽑아서는 안 된다. 업무 능력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청문회는 뭔가 이상하다. 자질이나 능력, 정책을 검증하기보다는 사상 검증으로 이어지거나 편가르기 양상으로 흐르는 듯하다. 국민과 전직 장관이 나서 후보자 대신 소명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느낌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없어야 한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 통용됐던 허물은 새정부에서도 덮어줘야 한다는 논리도 있을 수 없다. 청렴한 정치인을 가려내는 것이 인사청문회 역할이다. 다만 굽은 것은 굽었다고, 곧은 것은 곧다고 인정하는 인사청문회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