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개은행 기준 뚫어라… 해외송금업체 KYC·AML 규정 강화

정부가 소액 해외송금업무 등록요건에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체계 구축 의무를 추가한다. 핀테크 업체 등이 해외송금 과정에 거쳐야 하는 글로벌 중개은행 기준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다.

7월 해외 송금업을 준비하는 핀테크 업계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제기준 AML 의무 부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 중개은행이 국내 기준을 인정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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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15조 2항 제5호에 따른 소액해외송금업무 등록요건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공고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자금세탁방지·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에 따른 '고객 확인'과 '송금인·수취인 정보 금융사 제공' 등이 소액해외송금업 등록요건에 새로 포함된다. 관련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이용에 따른 업체당 평균 소요 비용은 연간 36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당초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는 AML·KYC 체계 구축 의무화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 감독당국이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 관련 제재를 강화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중개은행이 국제기준 수준 AML 수행을 국내업체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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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해외송금업체는 주로 가상화폐 기반 해외송금과 '풀링' 방식 해외송금을 활용한다. 풀링 방식은 국내에서 접수한 여러 송금 건을 미국 등 해외 파트너사에 미리 맡겨둔 자금으로 처리해 수수료를 절감한다. '풀링 자금'을 파트너사로 보내는 과정에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중개은행을 주기적으로 거칠 수 밖에 없다.

양재봉 머니택 대표는 “풀링 방식을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보내려면 국내 은행계좌에서 해외 관문 역할을 하는 대형 중개은행으로 이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해외송금업 사업자에게 까다로운 기준이 요구된다”며 “정부에서 등록요건 강화로 국내 업체 신뢰성 뒷받침에 나섰지만 해외 중개은행이 얼마나 받아들여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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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매 송금마다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실명법' 이슈에 이어 KYC·AML이 연달아 해결과제로 부상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도 해외송금업 분과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중은행에서 풀링 자금용 계좌를 개설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뭉칫돈으로 이동한 풀링 자금이 현지에서 개별 송금 건에 따라 다시 이체되면서 최종 고객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다. 각 은행별로 자금서비스업 기준에 따른 엄격한 KYC 수행을 요구하는데 일부 은행은 해외송금업체의 풀링 자금 송금 자체를 거절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송금업체의 풀링 자금을 불허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확인 등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며 “철저한 KYC로 해외송금업자가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관련 우려될만한 부분이 없음이 확인되면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