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속 가능한 자동차 미세먼지 감축 정책

[ET단상]지속 가능한 자동차 미세먼지 감축 정책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세먼지 감축 정책에 대한 국민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대통령이 나서서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세먼지 대책을 매우 중요한 국가 정책 과제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는 점도 그 한 요인이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기 때문에 대책은 하루 속히 마련돼야 한다. 자세하게는 석탄화력발전소 신설 억제와 노후시설 가동 중단, 경유차 감축과 노후 차량 교체, 친환경차 보급 확대, 대형 화물차 매연 저감장치 탑재 의무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소형 전기트럭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승용차보다 600만원 많은 20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단기 및 단편 처방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더욱이 안보 체제 강화, 국민 복지 증진 등을 위한 재정 수요가 급증한 현실을 고려하면 비용 효율의 체계화한 대안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접근 방법의 하나는 단기는 물론 중장기로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정책 대안 채택이다. 이 관점에서 자동차 미세먼지 감축 정책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크게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책 기조 선택 시 친환경차 산업 육성과 연계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친환경차 산업 육성이 궁극으로 정부 지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극대화하는 대안임에는 자명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선진국들이 친환경차 정책 기조를 과거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차 기술 개발과 보급에서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카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과 보급으로 전환하는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책 수단 선택 시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한 대안에 초점을 둬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수단과 미세먼지 감축 수단은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 및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게다가 정부가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동력차 보조금 70조원 이상을 투입해도 목표 달성률은 20%에 크게 미달, 비용 효율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대안의 하나는 다양한 연비 향상 또는 배기가스 감축 기술 개발 및 보급 촉진이다.

셋째 기술 선택 시 미세먼지 감축 잠재력과 대량 보급 시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나 연료전지차는 미세먼지 감축 잠재력이 크지만 대량 보급 시기 지연으로 정부 보조금 지원 규모 대비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더 작다. 반면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나 고연비 내연기관차는 미세먼지 감축 잠재력이 작지만 대량 보급 시기 단축에 따른 미세먼지 감축 효과와 함께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차종 선택 시 미세먼지 배출 비중이 높고 심각성이 큰 중대형 상용차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유럽 내 중대형 상용차 보급 비중이 4~5%에 불과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20~25%라는 사실이다. 이는 중대형 상용차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한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극대화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다섯째 방법론 선택 시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극대화할 대안에 중점을 둬야 한다. 서울시의 경유차 운행 제한은 경유차가 서울시 외곽으로 우회해 운행하는 거리를 늘림으로써 국가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또 경유차 감축과 노후 차량 교체는 미세먼지 감축 성능이 향상된 신차 보급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섯째 모든 대안 선택 시 다양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긴요하다. 정부나 국책 연구기관의 소수 전문가만으로는 미세먼지처럼 복잡다기한 문제를 해결할 최적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편 사례를 들면 선진국들이 광범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