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 쓰는 만큼 '합당한 대가' 지불해야

[기자수첩]전기, 쓰는 만큼 '합당한 대가' 지불해야

무지함을 고백한다. 그동안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관심이 없었다. 석탄과 원자력발전소를 돌려 전기가 생산되는지 몰랐다.

미세먼지 이슈로 명확히 알게 됐다. 그동안 아쉬움 없이 써 온 전기가 우리 환경의 일부를 희생해 만들어졌단 사실을.

국내 전기요금은 매우 낮은 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원자력 전기 단가는 ㎾h당 62.69원, 석탄 70.99원, 액화천연가스(LNG) 150.29원, 신재생에너지 210.77원 수준이다. 전력 단가가 낮은 것부터 차곡차곡 쌓아 전기를 생산하는데 원자력과 석탄이 70% 넘게 쓰인다. 나머지 20~30%를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전기요금개편 방향' 보고서를 보면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산업용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반으로 낮지만 누진제에서 가장 높은 단계를 적용 받는 경우 실제 지불하는 전력요금은 상당히 높아진다. 누진제 개편 시발점이 된 이유다. 한국 주택 전력사용량은 누진제가 수요를 억제하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석탄발전소 한 달 동안 중단을 명령했다.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정지도 검토한다. 앞으로 주택용과 산업용 모두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대개편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은 대기업이 여전히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과도하게 받는다면서 산업용 전기요금도 개편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년 동안 상위 20개 대기업이 원가 이하로 할인 받은 전기요금은 3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전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였다. 이제는 쓰는 만큼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로 바뀌어야 한다. 전기요금을 올려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 인식의 변화는 시작됐다. 발전용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제 제도가 따라가야 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