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고리1호 가동 정지로 '해체 시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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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산업이 고리 1호 영구정지를 계기로 새 전기를 마련한다. 국내 최초로 해체 작업에 돌입한다. 세계적으로 수명 만료 원전이 급증하는 가운데, 원전 해체 기술로 시장 선점이 기대된다.

고리 1호기는 오는 19일 0시를 기해 영구 가동 정지된다. 우리나라 최초 원전이 40년 임무를 마치고 퇴역하는 순간이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6월 19일 최초 임계에 도달해 30년간 운영 허가, 10년간 계속 운전 허가 끝에 18일 멈춘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
<고리 원자력 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 원전 해체 준비에 착수했다. 정부의 원전해체산업 육성책에 따라 단독, 즉시해체 방식으로 수행한다. 시설 운전 정지, 사용후핵연료 냉각을 위한 안전관리 후 15년 이상 걸린다. 60년 이상 걸리는 지연해체보다 빠르다. 부지 재사용, 경제성 제고 측면에 이점이 있어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한수원은 고리 1호 영구정지 후 최종해체계획서를 작성해 5년 내에 주민의견을 수렴,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다. 계획이 승인되면 해체 작업이 시작된다. 영구정지, 안전관리, 제염철거, 부지복원 순으로 작업한다.

사용후핵연료 반출과 방사성폐기물 처분이 가장 큰 과제다. 정지 후 5년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고 방사선 안전관리를 완료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어서 따로 보관해야 한다.

문제는 폐기물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원전 시설을 해체하려면 우선 핵연료를 냉각시킨 후 별도 처리장으로 옮겨야 한다. 아직 처리장 부지가 확정되지 않아 해체 작업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 현재 고준위 방폐물은 모두 원전 내에 보관된다. 조만간 포화가 예상된다.

최영기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 해체사업팀장은 “사용후핵연료가 반드시 나와야 해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저장장소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면서 “해체계획 승인 전까지 사용후핵연료가 반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대안이 마련되면 후속 작업은 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로봉을 포함한 나머지 방사성 폐기물 대부분이 중·저준위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해체 과정서 나올 방사성 폐기물이 전체 1~2%인 1만4500드럼(200리터)일 것으로 예상했다. 제염, 감용 작업 결과에 변동될 수 있다.

원전 해체에 필요한 기술 확보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2015년 원천해체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해 58개 상용화 기술을 도출했다. 이 중 17개 기술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11개 기술 개발이 시작됐고, 나머지 기술은 연내 개발에 착수한다. 이들 기술을 고리 1호 해체에 적용하면 실증, 고도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은 물론 해체 기술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1960~1980년대 지어진 원전은 2020년대 이후 해체 시점에 도달한다.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 원전이 해체될 전망이다. 2030~2049년 원전 해체에 185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 팀장은 “고리 1호기 해체에는 국산화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2021년까지 기술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