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청사진 새로쓰자]<중>모태펀드로 버티는 벤처생태계...독립성·투명성 확보 시급

'461개 조합, 3조 8150억원 출자, 출자 비중 26.7%'

모태펀드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거둔 성과다. 모태펀드의 '마중물' 역할로 인해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모태펀드의 대대적 출자사업 확대로 역대 최고치인 120개 조합이 신규 결성 됐다. 총 3조 1998억원 규모다. 모태펀드 없이는 더 이상 벤처투자 시장이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모태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시장 곳곳에선 각종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영화 투자 영역에서 불거지는 정부 개입 의혹이 대표 사례다. 문화콘텐츠 업계에서는 문화부가 정권에 맞는 영화를 골라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벤처캐피털(VC)에 투자하도록 개입했다는 정황이 끊임없이 불거진다. 정작 모태펀드 관리를 맡은 중기청에서는 사실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처지다.

모태펀드는 중소기업청 예산뿐 아니라 문화부, 특허청, 교육부 등 각 부처 예산을 위탁 운용한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한국벤처투자가 자펀드 선정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을 출자한 부처에서 사실상 특정 영역 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최근 영화투자에서 발생한 문제는 모태펀드가 기금 운용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모태펀드를 관리해야 할 한국벤처투자가 정작 출자자인 정부 부처 눈치를 보는 셈이다. 반대로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자펀드와 민간 출자자들은 외려 모태펀드 눈치를 살핀다.

한 창업투자회사 대표는 “모태펀드 돈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 각종 투자 내역 등을 공시 형태로 보고해야 한다”며 “출자자 중 하나일 뿐인 모태펀드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를 모두 들여다 본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태펀드 운용을 맡은 한국벤처투자가 관리·감독 권한을 동시에 가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출범한 미래창조펀드가 대표 사례다. 미래창조펀드는 2013년 네오위즈 등 선배 기업이 출자해 총 6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을 목표로 출범했다.

펀드 조성 과정부터 출자 기업 사이에선 “기업 팔을 비틀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출자 이후에도 펀드 구조 변경으로 출자자들이 내부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등 불만이 이어졌다.

당시 펀드에 출자한 기관투자자는 “당시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펀드 형태를 변경하는 바람에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등 각종 내부시스템을 바꿔야만 했다”고 전했다.

VC업계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모태펀드 역할과 한계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현행법상 창업투자회사다. 정부 기금을 운용하는 여타 공공기관과는 달리 벤처기업특별법에 따라 중기청이 모태펀드 투자관리를 한국벤처투자에 위임한 것이 법적 근거의 전부다.

심지어 모태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기간도 30년으로 제한적이다. 벤처기업특별법 일몰 기한이 넘어갈 경우 모태펀드 존속 근거도 덩달아 없어지는 구조다. 정부와 벤처투자업계 안팎으로 모태펀드 역할 재정립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김종술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특별법으로 갈라져 있는 벤처캐피털 관련 법령을 통합해 모태펀드와 벤처캐피털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벤처투자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 회사 중심의 등록 체계를 조합 중심으로 개편해 민간 자금 유입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기술금융사 라이선스를 금융위로부터 받았더라도 정책 자금을 출자받은 신기술투자조합의 벤처투자에 대해서는 별도 보고 체계를 수립하는 등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정부의 개입과 이해상충을 막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할 것”이라며 “민간 영역 벤처투자가 증가하는 지금이 정책 목적 펀드의 역할과 한계를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모태펀드 구조 자료: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구조 자료: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및 벤처캐피털 관련 법제도 현황,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모태펀드 및 벤처캐피털 관련 법제도 현황,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