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루프' 상용화 가능한가?...한·미·일은 자신, 유럽은 관망

15일 벡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스마트 레일 콘퍼런스' 하이퍼 루프 특별 세션의 패널 토론 모습.
15일 벡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스마트 레일 콘퍼런스' 하이퍼 루프 특별 세션의 패널 토론 모습.

'사람이 총알을 타고 날 수 있을까?'

진공 터널(튜브) 안에 열차를 마치 총을 쏘듯 쏘아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게 한다는 개념의 차세대 이동수단 '하이퍼 루프' 상용화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이퍼 루프'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안한 이후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저항이 없는 진공 터널에 열차를 쏘아 보내면 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200㎞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이론이다.

현재 미국이 하이퍼 루프원과 HTT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하이퍼 루프 개발 전단계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철도기술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합동 개발에 나섰다. 유럽은 대학 연구팀을 위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관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학계 일각에서는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7 글로벌 스마트 레일 콘퍼런스'에서 요하네스 클루스파이스 국제 자기부상위원회 조직위원장이 이같은 의견을 수면에 올려놓았다. 그는 “하이퍼 루프는 객실 구조, 대피처, 고장 대응 등 승객 안전을 검증하지 못한 분야가 많다”면서 “비전 보다는 픽션(허구)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루스파이스 위원장은 '하이퍼 루프'가 구현해 줄 장밋빛 전망과 달리 검증이 필요한 수 많은 난제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이퍼 루프에 투자할 천문학적 개발비와 운영 유지비 및 캡슐을 이용하는 승객의 물리·심리적 위험, 지진 등에 외부 요인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반면 하이퍼 루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더크 알본 HTT사 대표는 “캡슐과 튜브의 구조적 문제를 알고 있고, 설계에 고려하고 있다. 안전을 비롯해 에너지 과다 사용, 통신 문제 등 제기된 세부 사항은 국제 기술 협력과 사전 준비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하이퍼 루프 건설 준비를 끝냈고 5년 내 상용화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루프 구축 상상 이미지.
하이퍼루프 구축 상상 이미지.

국내 연구자들도 개발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성급하게 기대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관섭 철도기술연구원 하이퍼 루프 연구팀장은 “8개 기관이 모여 시속 1000㎞ 속도로 달려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이내에 주파하는 교통수단을 만든다는 목표로 공동개발에 나섰다”면서 “하이퍼 루프는 미래 생활 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꿔 줄 신기술로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선 UN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기술 확보에 성공했으니 하이퍼 루프에 도전하는 것도 당연하다”면서도 “지나치게 장밋빛 기대만 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차분하게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지적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