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인사청문회로 촉발된 여야 대치 국면이 격화될 전망이다.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은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 현안 준비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은 대통령이 제시한 5대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인사권자 책임 사퇴 등을 요구했다. 앞으로 남아 있는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을 놓고 여야 간 극한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강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담이 눈앞에 왔고, G20 회의 전후로도 정상회담이 있어 외교부 장관 자리를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야당도 널리 이해해 주리라 믿고 이제 강 장관이 능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1기 내각 17개 부처 가운데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5번째 장관이 됐다.
야권은 반발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자신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욕심으로 기준을 바꾼다는 것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앞으로 정부조직법이나 추경 등에서 야당 협조를 못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능력, 자질, 도덕성 검증 결과를 종합하면 외교부 장관으로 적절치 않다”며 “적폐청산을 한다는 문 대통령이 국정농단 세력과 똑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적폐를 만드는 행위다. 이건 신(新) 국정농단”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6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신상 논란 끝에 사퇴한 것과 관련해서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향해 책임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소속 초선의원 10명은 청와대 인사라인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바른정당은 19일 의원총회를 열어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야3당과 공조해 대응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도차가 있지만 '강경화 불가론'이란 명분으로 힘을 합쳐 문 정부에 날을 세울 계획이다. 인사청문회 보이콧, 장외 투쟁 등으로 국회 일정에 제동을 거는 방식이 예상된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불가피한 임명이라는 청와대 입장에 뜻을 함께 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강 후보자는 자신의 흠결을 진솔히 사과했고 산적한 외교 현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외교에는 여야가 없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여야 대치 관계가 극에 달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집중했다. 당장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야권 협조가 필수인 사안이 많다. 다양한 경로로 설득작업을 계속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추천위원회도 본격 가동한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참여정부 때 장관을 추천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기구다. 지금까지 단수 또는 2배수에 그쳤던 정밀검증 대상을 최소 3배수로 늘려 인선 폭을 넓힌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야당 간의 인사에 관해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면서도 “(이런 태도는) 빨리 벗어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날 강 장관 임명과는 무관하게 야당과의 협치 노력은 계속 해나갈 뜻을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