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넷플릭스 '옥자' 논란, 전통 경계 깨지는 동영상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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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넷플릭스 '옥자' 논란, 전통 경계 깨지는 동영상 시장

넷플릭스가 투자한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의 상영을 두고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CGV,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업체는 기존의 영화 유통 구조를 뒤흔들어서 한국 영화 생태계를 교란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거대 자본력으로 무장한 외국 자본이 콘텐츠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는 우려다. 반대쪽에서는 기술 발전에 따른 플랫폼 변화에 영화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새로운 콘텐츠 환경 적응, 공존과 협업 모색의 필요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제시된다.

◇'옥자' 동시 상영, 전통 영화 유통 구조 흔들어

영화 '옥자'는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탓에 국내 상영 이전부터 영화계에서 논란이 됐다. 칸 영화제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만 영화제에 출품한다는 규칙을 새로 만들었다. 프랑스 극장협회가 자국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경쟁 부문에 진출할 수 없다며 유통 방식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가 자사 서비스와 극장 동시 상영을 추진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CGV,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회사는 생태계 파괴 행위라며 상영을 거부하고 나섰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동시 개봉이 '선(先) 극장 후(後) 온라인'이라는 유통 구조를 뒤흔든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독점한 대기업 중심의 영화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한다.

넷플릭스와 대형 멀티플렉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옥자'는 국내 개봉관 약 10%에서만 상영될 전망이다. 국내 영화 상영관의 90%를 차지하는 대형 멀티플렉스가 상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29일 개봉한다.

넷플릭스가 기존 시장 구조를 뒤흔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설립 이래 시장 파괴의 혁신을 이어 가며 성장을 지속했다. 1997년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대여 사업으로 문을 연 뒤 월정액을 내면 우편으로 배송·반송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프라인 대여·반납 시스템인 기존의 DVD 대여 사업 구조를 깨는 시도였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 PC로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감상하게 했다. 국내에서 불거진 온·오프라인 동시 상영 문제도 이미 미국 현지 영화관과 수차례 겪은 문제다.

◇전통 산업과 기술 발전, 주도권 경쟁보다 공존 방법 모색해야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와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의 갈등이 이미 예견된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옥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불거질 문제였다는 것이다.

동영상 생산·유통을 둘러싼 시장에서 전통 구조를 깨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확산이 동력이다. TV 프로그램 영역에서는 이미 기존 구조에 균열이 발생했다.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TV 전용 콘텐츠가 모바일에 맞게 모습을 바꿔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이 웹드라마, 웹예능의 주요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 영향력을 늘려 나가고 있다. 지상파 TV도 모바일 시청이 가능한 '푹티비(pooq)'를 내놓고 웹예능 전문 채널을 개설하는 등 새로운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변신 모색에 나섰다.

아프리카TV, 카카오TV,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치 등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생산 주체도 다변화됐다. 전문 방송인과 제작사뿐만 아니라 개인이 동영상 콘텐츠의 주요 생산 주체로 떠올랐다.

국내 멀티플렉스 회사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환경 적응과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TV(IPTV)가 나오면서 기존의 DVD 대여 산업이 사양 산업의 길로 접어든 것처럼 새로운 기술 발전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거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 영역에선 웹예능, 인터넷 개인방송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시도한다. 기존 방송과 결합하는 등 공존 방향도 모색한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기준 마련도 요구된다.

봉준호 감독은 개봉 간담회에서 “스트리밍 영화와 극장 영화의 룰이나 규칙이 오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했다”면서 “이번 영화로 스트리밍 영화와 극장 개봉 영화 간 세부 룰이 다져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에서는 해외 거대 자본의 문화 잠식을 감시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옥자' 사건으로 영화계도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생산부터 유통·소비까지 전 단계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동시 상영을 앞세워 국내 생태계 영향력을 확대한다. 또 다른 콘텐츠의 독점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청자 수용 환경의 변화가 일면서 넷플릭스가 수직화되고 폐쇄된 영화 배급 시장에 영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면서 “국내 배급사업자의 방어와 기존 배급 시장에서 콘텐츠 유통이 제한된 창작자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