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멈추고, 재가동하고'...세계 원전정책도 갈팡질팡

우리나라 원전 정책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육성에서 감축으로 전환점을 맞이한 것처럼 세계 원전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의 원전 강국이 감축 기조를 밝히는가 하면 반대로 멈춘 원전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곳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시작된 원자력 산업의 역사는 불과 반세기 만에 더 성장할 것인지 여기서 멈춰 설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을 만났다.

그동안 원전 감축 정책은 사고와 관련이 깊었다. 미국의 원전 산업은 스리마일 섬의 원전 사고로 크게 위축됐다. 유럽 지역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반핵 운동이 전개됐다. 지금의 탈핵 기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크다. 사고 당사자인 일본은 즉시 모든 원전을 정지시키고 원전 제로화를 국제 사회에 선포했다. 뒤를 이어 많은 국가가 원전 도입 계획을 늦추면서 원전 산업은 침체기를 겪었다.

세계 2위의 원전 국가인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총선 승리로 원전 감축이 가시화됐다. 프랑스는 최근 G7 환경장관회의에서 프랑스 발전 비중의 75%를 차지하는 원전을 2026년까지 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의지를 국제 사회에 공식 발표한 셈이다.

원전을 늘려 나가는 곳도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제로화를 외치던 일본이 대표 사례다. 일본은 2014년 9월 규슈전력 센다이 원전 1, 2호기를 시작으로 멈춘 원전을 하나 둘 재가동시켰다. 이달에도 다카하마 원전 3호기가 재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일본에서 재가동 합격 판정을 받은 원전은 12기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기본 계획에 원전 신·증설의 필요성을 명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을 멈췄지만 그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경기 침체, 관련 산업 위축 등 부작용에 백기를 든 셈이다.

영국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도 원전 정책을 유지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에너지 정책의 두 축을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 잡았다. 2030년까지 원전을 총 3개 지을 계획이다. 우리나라 차기 원전 수출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원전이 시장 경쟁에서 밀려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마지막 한 기만이 남은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원전도 셰일가스의 발전 단가를 따라잡지 못해 2019년에 폐쇄될 예정이다. 뉴욕이나 일리노이주처럼 원전에 대한 친환경 우대 지원금 등을 기대했지만 펜실베니아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5년 동안 5개 이상의 원전이 노후화와 경쟁력 약화로 폐기됐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세계 원자력 정책은 해당국의 에너지 여건에 따라 감축과 유지가 결정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 원전도 줄이겠다는 상징성의 '선언'보다는 실제로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여건'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