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반도체사업 실리콘웍스에 집중…1조원대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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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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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계열사 실리콘웍스에 반도체 사업을 집중, 연 매출 1조원대로 키운다. LG는 과거 김대중 정권 때 LG반도체를 빅딜로 넘긴 이후 반도체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디스플레이 칩을 앞세워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등으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시스템반도체(SIC)연구소 주력 제품의 양산·판매권을 실리콘웍스에 이관하기로 했다. 이관 시기와 방법, 세부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하반기에 양사 간 이관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칩이 주력인 반도체 설계 회사다. LG는 2014년 코멧네트워크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실리콘웍스 지분을 매입,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실리콘웍스를 그룹 대표 반도체 업체로 키우기 위한 육성 전략을 펼쳐 왔다.

LG전자가 실리콘웍스에 주력 제품 양산·판매권만 이관키로 한 배경은 효율성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6100억원 규모의 실리콘웍스가 SIC연구소 인력을 모두 끌어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력 이동 과정에서 반발에 부닥칠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 이 때문에 제품 기획과 설계는 SIC연구소가 맡고 양산과 판매는 실리콘웍스가 수행하는 그림을 그렸다.

독립 법인 실리콘웍스가 양산·판매권을 가져오면 중국, 미국, 일본 등 해외의 외부 고객사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실리콘웍스는 중국 BOE, 차이나스타(CSOT) 등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LG전자 SIC연구소는 시스템온칩(SoC)을 설계하고 사업본부로 공급하는 조직이다. 디지털TV(DTV)용 SoC가 대표 제품이다. SIC연구소가 생산한 DTV SoC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로 공급돼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탑재된다. 실리콘웍스가 양산·판매권을 이관 받으면 DTV SoC에서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SoC는 이관 품목에서 제외됐다. SIC연구소는 올해 초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SoC 개발 작업을 중단했다. 관련 인력은 전장부품(VC) 사업부,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 등으로 분산 배치됐다.

LG는 실리콘웍스 인수 이후 그룹 내 반도체 사업 자원에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2015년 초 LG 계열사 루셈의 대형 OLED 구동칩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뒤를 이어 LG전자 SIC연구소 디스플레이 반도체 설계 부문을 흡수 통합했다. 이를 통해 소형 OLED 구동칩 기술도 내재화했다. 지난해 말에는 LG전자 SIC연구소장을 맡아 온 손보익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실리콘웍스 대표이사로 발령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에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채택하면서 소형 OLED 구동칩 매출도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LG전자 SIC연구소 SoC 판매권을 가져오면 새로운 동력이 생겨나 빠른 시간 안에 연매출이 조 단위를 넘어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DTV SoC 외 자동차 반도체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SIC연구소와 실리콘웍스 양산 판매권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라면서 “자세한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