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委, 한국노총에 협조 요청...한노총 '장식물 아니다' 반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노동계가 첫 공식 만남에서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일자리위원회가 협조 요청을 보냈지만, 한국노총은 “노동계를 장식물로 여기는지 의심된다”며 비판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20일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에서 한국노총과 일자리 정책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노동계와 첫 공식 대화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됐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아 아쉽고 더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노사가 양보하고 배려해야 노동존중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저임금 근로자 처우개선 조치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일자리위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한국노총도 이들의 어려운 처지를 헤아려달라는 부탁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새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해 “노동계를 배제하려 하거나 구색을 갖추기 위한 장식물로만 여기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반발했다. “일자리위원회 구성과 과제 준비에서 노동계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가 한국노총을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는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일자리위원회의 논의 진행 상황을 언론을 통해 듣고 있어 일방적인 통보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노총 산하에는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향후 협력의 문은 열어놨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한국노총의 일자리 정책은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고 일자리 질을 높여 고용안정을 이뤄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1만원 조기실현과 근로시간 단축도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일자리 정책을 위해 정부와 한국노총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간담회를 계기로 동반자 관계가 돈독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간담회에서 일자리위원회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 자료를 전달했다. 자료에서 한국노총은 최우선 추진과제로 4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성과연봉제, 단체협약 시정지도)을 '노동적폐'로 규정하면서 장관 부임 후 최우선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실현할 것,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권을 보장하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인정할 것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