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는 기업회계 '열공중'..."급변한 회계환경, 상장사 회계투명성 확보 시급"

정구용 상장사협의회 회장이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 인삿말하고 있다. 사진:상장회사협의회
정구용 상장사협의회 회장이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 인삿말하고 있다. 사진:상장회사협의회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감사인 선택지정제 도입, 유한회사 외부감사 의무화 등 상장사를 둘러싼 회계 환경 급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새 정부도 감사인 지정제도 확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상장기업 회계 투명성 관리를 강조하면서 상장사도 회계 투명성 확보에 분주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는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회계환경 변혁에 따른 상장회사 역할과 대응'이란 주제로 조찬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회는 국내 증권시장 개장 이래 처음으로 각 증권시장 상장사 단체가 공동 주최한 행사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선택지정제 도입부터 각종 외부감사 관련 법률이 새롭게 제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사 CEO 대부분이 변화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강연회에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 CEO 14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감사인 선택지정제 등 새롭게 도입될 제도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상장기업은 정부의 회계투명성 강화 방침이 과잉 규제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코스닥 상장기업 대표는 “일부 업종에 있는 한계기업에서 발생한 회계부정으로 인해 상장기업 전체가 잠재적 회계부정 기업으로 몰리는 느낌”이라며 “불만은 있지만 변화 환경에 맞춰야하는 만큼 감사제도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실제 상장사를 둘러싼 회계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유한회사 외부감사 의무화, 외부감사 품질관리 강화, 감사인 선임제도 개선, 상장사 감사인 지정 확대 등 회계감사 관련 개선 법안을 발표했다.

특히 피감 기업이 감사인 3군데를 제안하면 감독기관이 최종 감사인을 낙점하는 감사인 선택지정제는 회계법인과 상장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이다. 상장사협의회는 최근 감사인 선택지정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회계사들은 회계투명성 확대를 위해서는 감사인 지정제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같은 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나 경영행태는 아직까지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감사를 받는 자가 감사를 하는 자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자유수임제가 회계감사의 본질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도 “상식적으로 (잘못된)회계 정보를 생산한 사람과 그것을 감사하는 사람 중에서는 원생산자가 더 책임이 크다”며 기업이 먼저 회계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구용 상장협 회장은 “재무제표 작성자인 기업인으로서 많은 반성과 책임을 느끼는 동시에 투명한 회계제도 구축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 깊이 공감한다”며 “내부고발 활성화, 형사처벌 강화 등 근본 처방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상적인 회계시스템을 갖춘 기업에 그 적용을 달리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인삿말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인삿말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