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짜는 에너지 정책]<중>에너지업계 '돌파구' 찾아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에 에너지 시장이 격동기에 접어들었다. 원자력·석탄화력과 신재생에너지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규 건설사업이 사라질 판인 원자력·석탄화력 업계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게 과제다. 신재생에너지는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하는 발전용량을 실제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제 뭐 하죠?'…고민에 빠진 원전·석탄

영흥화력발전소에 설치된 탈황설비.
영흥화력발전소에 설치된 탈황설비.

원전과 석탄화력 산업의 고민은 신규 사업 부재다. 건설은 발전 산업에서 운영과 전력판매 수익에 버금가는 핵심 사업이다. 프로젝트 비용만도 1조~2조원이다. 공사에 참여하는 협력기업도 많다.

새 정부의 탈 원전, 탈 석탄 발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대형 발전소를 건설하고, 30년 넘게 설비를 가동해 장기 수익을 얻는 기존 방식으로는 힘들다. 현 정부 전에도 대형 전원설비는 지역민원과 사회단체 반대가 커지면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일시에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유관산업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원전·석탄화력 건설 및 운영 기술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발전업계가 탈 원전·석탄 정책으로 인한 수출산업 위축을 걱정하는 이유다.

후방산업 몰락도 우려 요인이다. 발전사업자 한 곳에 연결된 협력 중소기업만도 수백개다. 최근에는 조선 기자재 중소기업도 불황의 대안으로 발전 시장 문을 두드린다.

업계는 발전소가 줄어도 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최근 발전공기업은 석탄화력 유연탄을 야적에서 실내 보관으로 바꾸는 등 친환경 이미지로 전환에 힘쓴다. 초고압·초고열로 보일러 효율을 높여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인다. 유연탄에서 가스를 뽑아 발전하는 등 보다 깨끗하게 석탄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시장이 재편돼도 예비(백업)전원 측면에서 원전과 석탄화력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

수출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도 지속됐다. 원전 분야는 한국수력원자력 자회사인 코리아누클리어파트너스를 중심으로 원전 기자재 중소기업의 해외기업 벤더 등록이 한창이다. 체코와 영국 등 제2 수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 동반진출을 위한 자격 여건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이다.

동서발전 등 석탄발전 공기업은 발전소 건설과 함께 운영·유지보수 등 서비스 분야로의 진출도 타진한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발전산업이 제2의 조선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신규건설 부재를 메울 만한 해외시장과 신규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관련 중소기업도 함께 육성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개선이 먼저'…높아진 목표 걱정하는 신재생

영암 F1 경기장에 조성된 태양광발전소.
영암 F1 경기장에 조성된 태양광발전소.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발표에 앞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율을 2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를 2035년까지 1차 에너지 대비 11% 공급하기로 한 당초 계획보다 높아진 목표다.

현실은 다르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는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버리고 보급 목표달성이 가능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리적으로 늘어날 신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수용하는 '계통연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철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실장은 “RPS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전력 20% 달성이 불가능하다”면서 “독일이 올해 도입한 것과 같은 국가 주도 신재생에너지 경매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형성한 인위적 시장(RPS)이 아닌 민간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경매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국가는 경매제도를 운영해 단순하게 신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수요를 만들고, 발전공기업이나 민간 투자자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수익을 내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제도와 함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 한해 과거 시행했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병행해 경매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력계통 수용성 확보도 난제다. 발전소를 많이 지어도 전력을 전달할 연계선로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대체전원 확보와 계통수용성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대표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은 해가 뜨고, 바람이 불 때는 전기를 생산하다가 반대의 경우 생산을 멈춘다. 경직적이고 간헐적인 전원이라 계통운영에 부담이 크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충분한 대체전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앙 정부와 별개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막는 각 지자체 개발행위 허가 조례 폐지와 발전소 인근 주민수용성 향상을 위한 보완 대책도 요구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공동취재 함봉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