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타Ⅱ엔진' 리콜받은 사람 미미…현대차는 '평균 이행률' 주장

현대·기아자동차가 세타Ⅱ엔진 리콜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엔진을 교환받은 사람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콜 검사를 받은 대다수는 엔진오일 교체만 받았을 뿐, 문제가 발생하면 추가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전달 받은 것. 반면 현대차는 절차대로 리콜을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세타Ⅱ 엔진. GDI(왼쪽), 터보(오른쪽)
현대·기아자동차 세타Ⅱ 엔진. GDI(왼쪽), 터보(오른쪽)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세타Ⅱ엔진 리콜을 시작한 이후 약 4주간 엔진을 교환해준 차량은 극히 미미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현대차가 전량 리콜이 아닌 문제 차량에 대해서만 '조건부 리콜'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서를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금속 이물질 때문에 엔진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해 주행 중 시동 꺼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국토부 리콜 명령 이전에 자발 조치하겠다는 리콜계획서를 제출했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한 그랜저(HG)·쏘나타(YF)·K7(VG)·K5(TF)·스포티지(SL) 등 17만1348대에 달한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현대·기아차는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차량을 자체적으로 검사해서 리콜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결함 검사는 소음 검사와 엔진오일 검사로 나눠진다. 소음검사는 진단 장비로 소음값을 최대 세 번 측정해서 결함 여부를 판단한다. 엔진오일 검사는 추출한 엔진오일을 본사로 보내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 단, 엔진오일 교환 후 주행거리가 5000㎞ 미만은 엔진오일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현대·기아차 측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매일 수십대 차량이 리콜 검사를 받으러 입고되고 있지만 결함 판정을 받아야 엔진 교환을 한다”면서 “일부 차량이 엔진소음 진단장비에서 '이상' 판정을 받아 엔진오일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전체 리콜 이행률은 평균수준”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발송한 리콜 통지서.
현대자동차가 발송한 리콜 통지서.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콜이 '조건부 리콜'인 만큼 문제가 없는 차량 엔진까지 교환해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엔진 결함 원인도 설계 이상이 아닌 경기 화성공장 '청정도' 불량 때문이라서 실제 문제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자체 검사를 통해 엔진 교환 대상을 결정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세타Ⅱ 2.4 GDi 및 2.0 터보 GDi 엔진 장착 차량 22만4240대에 대해 보증기간을 5년·10만㎞에서 10년·19만㎞로 갑절가량 연장한 바 있다. 당시 엔진에는 문제가 없지만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현대·기아차가 세타Ⅱ엔진 리콜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세타Ⅱ 엔진 결함부위
현대·기아차 세타Ⅱ 엔진 결함부위

국토부에 따르면 이 엔진을 장착한 일부 모델에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 마찰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열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금속 물질이 용접한 것처럼 녹아 베어링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소착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해당 사안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또 '내부고발자'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세타Ⅱ엔진 결함은 제작 공정상 문제보다 설계상 이상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가 설계 잘못을 인정하면 세타Ⅱ엔진 전체를 무상으로 교환해줘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김 전 부장은 주장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토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서대로 지난달 리콜 대상 차주에게 통지서를 보냈고, 리콜 검사도 무상으로 이뤄진다”면서 “지금까지 엔진을 교환받은 차량 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미국보다 이행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