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탈 원전 정책에 영국 원전수출작업 '정지'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추진해 온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출 작업이 중단 상태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기조 속에 수출 정책도 갈피를 못 잡으면서 10조원대 원전 프로젝트가 타격을 받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 1호기(오른쪽)와 2호기
UAE 바라카 원전 1호기(오른쪽)와 2호기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뉴젠의 지분 인수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뉴젠 최대 주주인 도시바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영국 내 발전 사업 리스크를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전은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에 따라 영국 원전 수출 작업 계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원전 수출 방향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 영국 수출 추진과 관련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전은 도시바가 보유한 뉴젠의 지분 인수로 영국 원전 사업 진출을 타진했다. UAE에 이은 두 번째 원전 수출 추진이다. 뉴젠은 영국에 원전 3기를 건설하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의 주 사업자다. 사업 규모는 1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뉴젠은 초기에 프랑스 엔지와 일본 도시바의 투자로 설립됐다. 이후 도시바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파산 보호에 들어가자 엔지가 보유 지분 전부를 도시바에 넘기고 발을 뺐다. 그 후 도시바는 한전에 자사 보유 뉴젠 지분 인수를 비공식 요청했다. 한전이 뉴젠을 통해 영국에 원전을 수출하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지난 4월 그레그 클라크 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부 장관이 방한, 한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참여를 환영했다.

그러나 난관에 부닥쳤다.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후보 시절의 공약에 이어 이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행사에서도 탈 원전 기조를 분명히 했다. 정부가 탈 원전을 내세우면서 공기업인 한전은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기 어려워졌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이에 앞서 한전의 참여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회 '탈핵 의원 모임'의 공세를 받기도 했다. 탈핵 의원 모임에는 현 여당 의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한전이 눈치를 보는 사이 뉴젠 지분 인수의 첫 변곡점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영국 정부는 당초 계획된 원자로 대체 모델을 8월 중에 선정한다. 여기서 1400㎿ 모델이 결정되면 'APR 1400' 원자로를 보유한 우리나라가 수출에 한발 다가선다. 한전으로서는 남은 두 달 동안 전력을 다해야 하지만 추진 여부조차 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UAE 사례처럼 원전 수출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영국 원전은 수출을 위한 끈은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 한전 혼자 힘으로는 계속 끌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