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표준거래계약서' 고쳐 대형마트·유통벤더 횡포 막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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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거래계약서'를 활용해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원천 차단에 나선다.

대형마트가 정당한 이유 없이 매장 임차인과 재계약을 거부할 수 없도록 첫 계약 때 계약 갱신 기준을 명확히 알리고, 갱신을 거절할 때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도록 한다. 납품업체에 횡포를 부리는 유통벤더는 TV홈쇼핑 업체 재계약에서 불리해지도록 한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런 내용의 유통분야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을 '정책실명제 중점관리 대상사업'으로 선정했다. 개정 방안 검토에 착수했으며 연내 작업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표준거래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형 유통업체 대부분이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강제력이 있다. 표준거래계약서 적용 여부가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형마트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으로 대형마트와 매장 임차인이 처음 계약을 맺을 때 대형마트가 계약 갱신 기준을 알려주도록 한다. 계약 갱신이 어려우면 객관적 근거를 들어 납품업체에 통보하도록 규정한다. 대형마트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재계약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해 임차인의 거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백화점에 해당 규정을 적용했고 이번에 대형마트까지 적용을 넓히는 것”이라며 “대형마트에도 식당 등 매장 임차가 많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TV홈쇼핑 표준거래계약서를 개정해 TV홈쇼핑 업체가 유통벤더와 재계약을 심사할 때 '유통벤더와 납품업체 간 거래 공정성'을 반영하도록 한다. 유통벤더가 납품업체에게 횡포를 부려 문제가 불거지면 유통벤더가 TV홈쇼핑 업체와 재계약 할 때 불리해지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이미 해당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유통벤더는 TV홈쇼핑 업체와 납품업체를 이어주는 '중간상인'이다. 유통벤더는 TV홈쇼핑 업체에게는 '을'이지만 납품업체에게 '갑'이라 납품업체 대상 횡포가 문제로 거론됐다. 그러나 유통벤더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웠다. 공정위는 이번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으로 이런 '사각지대'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은 '과징금 2배 인상'과 더불어 공정위가 유통업계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는 주요 수단이 될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강조했고, 첫 조치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관련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기존 30~70%에서 60~140%로 2배 올렸다. 동시에 자진시정, 공정위 조사협조를 이유로 받았던 과징금 감경 혜택은 축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의 불공정 관행이 과거보다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횡포는 여전하다”며 “제도 개선으로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면 납품업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