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핀테크 고속도로...은행공동 오픈API사업 '지지부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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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를 표방한 은행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API) 사업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과 핀테크기업 간 서비스 개발에 협력 통로를 열겠다던 사업 목적이 무색할 정도다. 당시 정부는 핀테크 분야의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발표된 자본 시장 오픈플랫폼의 성공과 대비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 6개월이 지났지만 자본 시장과 함께 국내 금융 혁신의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은행 공동 오픈플랫폼 사업'이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은행이 제공한 API를 활용, 상용화 결과물을 만든 사례는 4건에 불과하다. 이들 서비스도 거래가 아예 없거나 발생하지 않는다.

KB국민·우리·신한 등 16개 은행이 대거 참여했지만 시장에 제공한 API도 5개에 불과했다. 출금, 입금 이체, 잔액 및 거래 내역 조회, 계좌 실명 조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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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핀테크 기업은 조회, 이체 기능 등이 포함된 서비스 출시를 위해 개발 단계부터 은행별 별도로 개발해야 했다. A은행과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출시해도 전산 표준이 다른 B은행과 호환이 되지 않아 별도의 개발이 필요했다. 특정 API를 내려 받아 서비스에 연동시켜서 이런 중복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 오픈 API 사업의 핵심이다.

스타트업의 기대도 컸다. 정부가 오픈 API를 활용, 핀테크 금융 서비스를 대거 상용화한다는 청사진을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공급 API 자체가 적고, 그마저 보안 컨설팅이나 특화서비스 등 주요 기능 API는 취약해 사업화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은행권 공동 API 사업에 의심을 품은 은행도 적지 않다. 오픈 API 사업을 자체 추진하는 곳이 많고, 은행 특성상 민감한 API 기술 공개에 보수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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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오픈플랫폼 개통 이후 서비스를 접수한 기업은 70여 곳에 이른다. 그러나 보안 점검을 받거나 실제 상용화를 준비하는 기업은 5곳 정도다. 급변하고 있는 금융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초라한 성적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은행 공동API 실행 기관인 금융결제원은 올해 초에 승인받은 기업만 가능하던 오픈플랫폼 테스트베드 이용을 최근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현재까지 600여명이 가입했다. 실제 서비스 상용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결원은 은행이 공급하는 API에는 핀테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모두 담겨 있어 이를 숫자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결원 관계자는 “최근 많은 기업이 은행 API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은행과 기업 모두 오픈플랫폼 사업에 만족할 뿐만 아니라 호평을 받고 있다”면서 “일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시장 요구를 즉각 반영,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