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수출도 포기하는 것인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와 함께 40년 유지돼 온 우리나라 원자력 육성 정책도 멈춰 섰다.

당장 원자력 연구계는 연구 분야 축소와 예산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원자력이 우리나라 전력의 약 30%를 책임지는 발전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상 전기 생산은 원자력의 극히 일부분이다. 원자력은 전쟁 무기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의료, 바이오, 나노 융합 등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 없어선 안 될 기반 기술로 쓰이고 있다. 이 같은 첨단 연구 분야가 원전 반대 분위기에 휩쓸려 위축된다면 그 후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형태로 닥쳐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 애걸복걸하다시피 키워 온 원전 기술도 마찬가지다. 독자 결정은 일절 불가능했고, 모든 것은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철저히 규제 받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국형 원자로 독자 개발에 끝내 성공했고, 아랍에미리트(UAE) 수출까지 이뤄 냈다. 미국이 보기엔 전혀 불가능한 일을 우리는 기적처럼 해냈다.

우리 원전 기술은 UAE에 이어 영국 진출을 앞뒀다. 글로벌 원전 기술에서 독존하던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하면서 손 뗀 프로젝트를 우리가 맡을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영국 정부의 최종 결정을 코앞에 두고 한국 정부는 '탈 원전'을 선언했다.

어떤 수출 품목이든 '나는 못쓰겠으니 네가 써 봐라'라고 하면 되겠는가. '우리가 이렇게 잘 쓰고 있으니 너도 써 보라'고 해도 어려운 것이 수출 아닌가. 영국 정부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우리는 세일즈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제품 하자를 꺼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자력은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 버튼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누르던 어린이 세대를 위한 중대한 선택이다. 미래를 위한 결정을 단칼에 내려치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더 진중하게 듣고 차근차근, 하나하나 풀어 나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고리 1호기 전경. 발전소 주변을 둘러싼 10M 높이의 해안방벽이 인상적이다.
고리 1호기 전경. 발전소 주변을 둘러싼 10M 높이의 해안방벽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