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수처리 필터로 '블루골드' 시장 뚫는다

LG화학은 2014년 4월 2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300억원을 들여 미국 수처리 필터 제조 업체 '나노에이치투오(NanoH2O)'를 인수했다. 나노에이치투오는 자체 기술로 해담수용 역삼투압 필터를 생산하는 벤처였다. LG화학은 수처리 필터에서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단행했다. 세계적으로 물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바닷물이나 폐수를 재이용하는 물 산업, 이른바 '블루골드' 시장의 부상을 주목한 것이다.

LG화학 수처리 필터 사업이 성장에 탄력이 붙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진입 장벽이 높은 해수담수화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 연착륙과 성장이 주목된다.

◇해수담수 필터 잇단 공급

LG화학은 최근 수처리 전문 기업 메티토가 이집트 엘 갈라라와 포트 사이드에 건설하는 해수담수화 공장 역삼투압 필터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하루 약 100만명에게 담수를 공급할 수 있는 이집트 최대 해수담수화 공장에 필터를 단독 공급하는 내용이다.

대규모 물량에 수주전이 치열했지만 LG화학은 염분 제거와 에너지 절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

LG화학은 작년 6월 중동 오만에서도 대규모 필터 공급 건을 수주한 바 있다.

하루 25만톤 담수를 80만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공장에 역삼투압 필터를 공급하는 자격을 단독으로 얻은 것이다.

오만 사업은 교체용 필터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계약 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해수담수화 필터 부문에서 매년 기록을 갱신 중이다. 2012년 이스라엘 팔마힘 18만톤에 이어, 2016년 오만은 25만톤, 올해 계약을 성사시킨 이집트는 30만톤 규모다.

LG화학의 해수담수화 수주 지역
LG화학의 해수담수화 수주 지역

◇성장궤도 그린다

LG화학은 연이은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한껏 고무됐다. 지금까지 세계 50개국 이상에 수처리 필터를 공급했지만 진입 장벽이 높고 고성장이 예상되는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성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수담수화용 역삼투 필터는 다우케미칼, 도레이케미칼, 니토덴코 등 메이저 3~4개사가 대부분 시장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높다.

LG화학은 나노에이치투오를 인수하고, 자체 고분자 합성·가공 기술과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결합해 장벽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나노에이치투오는 2015년 약 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순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LG화학은 또 올 초 청주공장 2호 라인 증설을 완료해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그동안 수주한 역삼투압 필터 교체 물량과 올해 새롭게 공급하는 필터까지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비한 것이다.

LG화학은 기반을 구축했다고 판단하고, 2018년 해수담수화 부문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알제리 등에서 대규모 수주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해수담수화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처리 필터는 크게 해수담수화용, 산업용, 가정용으로 분류된다. LG화학은 해수담수화 시장과 산업용, 가정용 시장 모두에 진출했다.

수처리 필터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5000억원으로, 2020년까지 연간 4.8% 이상 고성장이 예상된다.

LG화학 직원들이 청주공장에서 역삼투압 필터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제공: LG화학)
LG화학 직원들이 청주공장에서 역삼투압 필터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제공: LG화학)

<자료: LG화학>


자료: LG화학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