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유세 인상 안 한다'…특혜논란 계속될듯

정부가 경유세를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경유 가격을 올려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은 반면 서민 부담은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판단했다. 경유차 운전자의 부담은 덜었지만 환경비용으로 인한 문제는 풀지 못했다.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에 비해 저렴한 경유가 누려온 상대적 특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 '경유세 인상 안 한다'…특혜논란 계속될듯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대한 공청회안을 확인한 결과 경유 상대가격 인상 실효성이 낮게 나타났다”며 “경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언론이 정부가 경유세 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기재부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유세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은 지난해 정부 연구용역 의뢰로 에너지 상대가격의 조정 필요성을 연구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주장 관련해, 경유세를 높였을 때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연구다. 연구 결과는 7월 4일 공청회에서 공개 예정이었다.

최 실장은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청회 이전이지만 연구 결과를 확인해 정부 결정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미세먼지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해외 기여분이 크고, 유류 소비는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세율 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가보조금 대상 차량도 상당히 있고, 경유세 인상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까지 통합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업계는 환경 등 사회적비용 부담은 높지만 세금 비율이 낮았던 경유에 대한 특혜가 계속돼 '경유차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했다.

2004년 세제개편 추진 당시 열린 공청회에서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비율은 휘발유 100, 경유 121, LPG 60으로 발표됐다. 당시 정부는 산업계와 서민의 연료비 부담 등을 이유로 경유세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잡았다. 이에 따라 수송연료 상대가격이 지금의 100대 85대 50으로 설정됐다.

이후 10여년 동안 경유차 쏠림현상과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검토했으나 또 다시 경유세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경유차 감축' 공약 달성 방안 마련도 묘연해졌다. 새 정부는 연비가 높고 세율이 낮은 경유차 선호현상을 막을 대안을 찾아야 한다.

경유택시.
경유택시.

이날 기재부는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는 중장기 과제로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정부는 연구용역·공청회를 거쳐 올해 추진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세 과세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소규모 맥주지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규모 맥주 사업자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주세과세 체계를 술 도수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을 놓고는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부담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 분석하고 검토 과제 등에 관한 찬반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