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사태, 통신사 일방 피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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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사태, 통신사 일방 피해 현실로

네트워크 이용 대가 논쟁을 촉발한 페이스북 사태가 결국 국내 통신사 일방의 피해로 막을 내렸다. 매년 수십억원을 추가, 국제 회선을 증설하면서도 페이스북으로부터 이용료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국내 네트워크 산업이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는 한국과 페이스북 홍콩 접속 지점을 연결하는 국제 회선을 증설하는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고 26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트래픽 전송 경로(라우팅)를 일방 변경하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등 가입자의 피해가 컸다”면서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제 회선을 증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한국-홍콩 구간에 자체 해저 케이블을 보유하지 않아 다른 사업자의 국제 회선을 임차해서 사용한다. 임차비로만 매년 20억~30억원이 추가 발생한다. 반면에 페이스북으로부터 받는 돈은 없다.

문제는 증설이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트래픽 증가로 이용자 불편이 생기면 또 증설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가 네트워크 증설 비용을 가입자에게 회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입자 상당수가 정액제인 유선인터넷(와이파이)을 통해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국제회선료를 내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할 아무런 규정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라우팅 변경 행위만 조사할 뿐 국제회선료에는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사업자 간 자율 협상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처지다.

제2, 제3의 페이스북 사태가 터지면 국내 네트워크 사업자가 일방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페이스북과 달리 국내 인터넷 및 콘텐츠 사업자는 전용회선료를 매년 수백억원을 부담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불공정한 경쟁 구조 탓에 국내 사업자가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인 페이스북은 한국 내 정확한 수익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 통신망이 글로벌 사업자 놀이터로 전락했다”면서 “최소한의 인프라 이용 대가를 지불하도록 규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