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료, 경쟁 격화로 가파르게 하락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에 1년 전보다 13%나 떨어져 역대 최대의 하락 폭을 보였다.

지수는 지난달에도 12.5%가 하락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이 둔화된 한 요인으로 꼽았다.

요금 급락의 배경에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되는 휴대전화의 수는 6년 전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80%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두 대 이상 사용하고 있고 교체 주기도 길어지면서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4대 사업자들은 요금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UBS은행의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최대의 사업자인 버라이즌을 비롯해 AT&T와 스프린트가 올해 1분기에 모조리 가입자 이탈을 겪었다. T모바일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1분기동안 가입자를 더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이동통신 요금이 갑자기 하락한 것은 무제한 요금제가 확대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했던 AT&T와 버라이즌이 이를 부활시킨 것이다.

버라이즌은 지난 2월 공격적인 무제한 요금제를 제시한 T모바일과 스프린트로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재도입했고 그 며칠 뒤에는 AT&T도 가세했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미국 가계부문의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미국의 가구당 평균 이동통신 요금 지출액은 1074달러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보다 77%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의 전체 가계지출 증가율인 13%를 큰 폭으로 웃돈다.

요금 인하로 수익이 줄어든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활로 모색에 나섰다. 버라이즌이 야후와 AOL를 인수한 것이나 업계 2위인 AT&T가 타임 워너를 인수하려는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의도다. 최근 업계 3, 4위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을 다시 논의하고 있는 것도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차원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쳐 3자 구도로 가게 된다면 요금 인하 경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TC)가 독점 심화를 우려해 업계의 구도 재편에 번번이 제동을 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